[뉴스핌=이영기 기자] 북한 김정은이 구사하는 변화무쌍한 벼랑끝전술 이면에는 치밀한 계산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예상과 달리 북한은 창군 85주년 기념일에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 벼랑끝 전술에서 김정은은 선택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위기감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28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김정은이 외부 세계를 향한 그의 위협감을 높이기 위해 점점 긴장감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자제하면서 정치적 벼랑끝전술에 의존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국제사회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이 지난 25일 인민군 창설 85년을 기념해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신문은 풀이했다. 또 신문은 이런 북한의 자제는 미 해군함대의 한반도 출격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압력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우선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는 러시아에서 수입하거나 밀수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 초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난 후 중국의 당기관지 등에서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석유 공급을 차단해야 하고, 나아가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폭격하더라도 군사 개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런 보도는 중국 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 중국 압박해도 벼랑끝 전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의 석유 공급 중단 의사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북한에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결코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나 정치적 벼랑끝 전술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브렌트 스코그로프트 센터의 선임 연구위원 로버트 매닝은 "핵무기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 정당성의 원천이기 때문에 심지어 헌법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10~15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미 본토를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닝은 지난 26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 태평양 총사령관 래리 해리스 장군의 증언을 전했다. 해리스 장군은 "김정은의 전략을 그냥 둘 경우, 그는 말한대로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전혀 다른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김정은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세계의 열강 즉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결코 미국이 설정해 놓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관측했다. 레드라인을 넘는 순간 김정은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얻지도 못하고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도발적인 발언이나 행동은 오직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1일 북한이 갑자기 최고인민회의에 외교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보면 외부 세계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한국의 한 북한 전문가의 "벼랑끝 전술은 벼랑끝에서 멈출 때 유효한 것"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