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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제 개혁안] DOA? 심폐소생술(CPR) 시급

기사등록 : 2017-05-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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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는 대부분 의회 통과 불가능한 수준"

[뉴스핌=김사헌 기자] "병원 응급실 왔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Death On Arrival, DOA)."

과거 레이건 정부 시절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역임하면서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를 주도했던 데이비드 스탁턴(David Stockton)이 지난달 30일 CNBC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과감한 세제 개혁안에 대해서다.

CNBC뉴스는 스탄턴이 투자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를 이렇게 해석했다. 월가는 워싱턴을 완전히 잘못 읽고 있으며, "당신들은 트럼프라는 환상의 나라에 살고 있다"고. 스탁턴 씨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캔디 가게에 와서 방위비, 역전의 용사, 국경 장벽, [반이민] 법률 집행 강화, 인프라 투자에다 '경이로운' 세금 인하까지 모든 맛있는 캔디를 값이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다 먹고 싶어하는 70살 늙은이"에 비유했다. 그는 트럼프 세제 개혁안에 대해 "대단히 환상적이지만 7조5000억달러(8554조원 상당)에 달하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선 이후 세제 개혁 기대감 반영한 미국 증시 <자료=블룸버그 데이터, 뉴스핌>

◆ 법인세 대폭 인하 의지.. 재원은 불투명

앞서 트럼프 정부는 한 페이지 분량의의 세제 개혁안을 제출했다. 4월26일 자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브리핑 자료에 의하면 게리 콘(Gary Cohn)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986년 이후 가장 중요한 세금 개혁 법안을 이끌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감면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트럼프 세제 개혁안은 현재 미국 법정 최대치인 법인세율 35%를 15% 인하한다는 것과
누진세 최고율을 39.6%에서 35%로 인하하고 7개 소득 구간을 3구간으로 나눠 10%, 25%, 35% 로 단순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또 상속세와 최저한세 폐지, 표준공제액 2배 확대, 건강보험개혁법에서 부과한 3.8%의 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담았다. 이에 따라 최고 양도소득세율과 배당소득세율을 20%로 되돌리고, 대부분의 세액 공제를 없애고 모기지 이자와 자선 기부에 대해서면 인정하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사진=블룸버그>

이에 대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기업에 대한 데규모 세금 감면과 대규모 세금 개혁 및 단순화 작업을 실시하고, 기업의 해외 이익에 대해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여 해외의 자본을 미국 내로 유입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지속가능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이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플랜'이란 전반적인 경제 계획이 세금 감면, 세금 개혁, 규제 안화 그리고 무역협정의 재협상 등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감세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한 것인가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성장를 강화하고 공제액을 줄이는 식으로 세수를 보강하고 허점을 메우는 식이 될 것"이라면서 "앞선 정부가 재정적자가 10조달러에서 20조달러로 증가했지만 트럼프 정부 아래서는 경제가 성장하여 막대한 수익을 창출, 추가 수입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번 세제 개혁안에는 국경세 부과 방안이 빠져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세로 부족한 재원을 보강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법인세율 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자체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만든 많은 세부사항이 존재한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 비용: 최소 5조달러+ 통화정책 부담

앞서 스탁턴이 제시한 7조5000억달러의 비용은 명확한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며, 주요한 정책 내용을 다 포함할 경우 그 정도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 정책 효과에 따른 세수 증대 요인을 감안한 순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도 개혁안이 나온 뒤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주와 지방세 폐지, 법인세율 인하, 최고 한계세율 인하 등의 주된 변화만 고려할 때 비용이 5조달러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월가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이 때문에 국경세와 같은 대규모의 재정 보충 방안이 없다면 워싱턴은 계속되는 재정 위기와 의회와 정부 교착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감세 방안도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고 스탁턴은 경고했다. 그는 "월가 주식시장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지만, 대규모 재정 부양책과 세금 감면에 대해 기대한다면 망상이며 매우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므누신 재무장관의 설명처럼 미국 경제가 크게 성장해서 일자리도 더욱 늘어나고 과열 상황이 된다면, 연방준비제도가 보다 빠른 속도로 정책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것과 반대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라이트슨 ICAP의 로우 크랜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세로 적자 규모가 늘어난다면 연준이 더 긴축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월 의회에 출석해 금리 인상으로 감세 패키지에 대응할 필요에 대해서 "수요견인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위협받을 경우에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함으로써 대응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만 그는 "빠른 성장률을 보고 싶지만, 인플레이션을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JP모간체이스의 데이비드 헨즐리 글로벌 매크로 당당 이사는 대규모 적자 조달 패키지가 잠재적으로 수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 CPR: 세율 조정, 재정조달안 구체화 필요

월가나 미국 재계는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이들 역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관심사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저성장에 빠진 미국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감세는 매우 좋은 방안이지만, 민주당 등의 반대도 있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재정 부담을 늘리는 것은 안 된다는 기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법인세율 인하폭과 함께 구체적인 비용 계산과 부족한 재정 확보 방안이 빠르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과거 레이건 정부 시절과는 달리 현재 미국 경제가 부채, 디플레이션, 인구 면에서 각각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29일 자 월가 금융지 배런스(Barrrons) 최신호는 지난주 글루스킨 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전략가가 레이건 시절 때는 연방 부채가 GDP의 25%에 불과해 현재의 80%보다 훨씬 낮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과거 금융위기 이후 발생하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이 일반적으로 6~7년 정도에 걸쳐 GDP 대비 비율이 약 25% 감소했는제, 지금은 민간 부문에서만 디레버리징이 전개되었을 분 정부는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태.

이러한 부채는 경제 팽창을 이루는 것보다는 오히려 느려진 경제 성장 속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로젠버그 전략가는 "부채로 인해 핵심제품 물가가 하락하는 등 디플레 압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휴대전화 요금 등 서비스부문까지 디플레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70대에 접어든 것도 주목해야 하는 현상이다. 이 세대는 레이건 시절에서 최고 소득과 소비를 창출했다가 지금은 노령층 인구를 급격히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젠버그 전략가는 이들 노령층의 증가로 인해 채권 수요가 늘고 금리 인상 및 배당 성장을 중시여기는 문화가 게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이 앞으로 경제에 더욱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배런스는 자체 경제전문가들 조사를 통해 법인세율 인하가 좋은 면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율이 약 20%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조율이 되어야 하고, 개인 소득으로 신고되는 기업 소득에 대해서 15% 세율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기업 소유자 개인에 대해서는 법인세 15%와 배당과 자본이득에 대해 낮아진 세율 20% 이중과세를 감안해 32%의 유효세율이 부과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카토 연구소의 의견을 소개했다.

배런스는 1분기 0.7% 성장률에 그친 미국 경제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며, 현재 세제 개혁안대로라면 앞으로 10년간 수조달러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인 만큼 노무라 연구소의 마크 돔스 선임연구원은 개혁안의 상당 부분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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