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자국이 주도적으로 결성한 국제개발은행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열린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중국 측은 권력 서열이 낮은 인사를 보냈다.
반면 일본은 아세안(ASEAN)과 한국, 중국, 일본의 다자간 달러 통화스와프가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국가들에 따로 엔화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각국의 세력 키우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5일 오전 일본 요코하마 도큐호텔에서 열린 제17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시 야오빈 중국 재무차관, 장 젱신 인민은행 국제국 부국장. <사진=ADB 공동취재단> |
지난주 일본 요코하마에서 제 17차 한중일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렸다. 본래 이 자리에는 각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하지만 중국 측은 샤오제 재정부장(재무장관) 대신 샤오빈 중국 재무차관을, 저우샤오찬 인민은행 총재 대신 장젱신 인민은행 국제국 부국장을 참석시켰다.
한국과 일본은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참석한 것과 비교해 중국이 일부러 ADB의 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 같은 인사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의 고위관계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이후 중국의 ADB 힘 빼기가 느껴진다”며 “중국 은행 고위 간부들의 ADB 회의 참석 비중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AIIB는 중국 주도 하에 설립된 투자은행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 개발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ADB와 성격이 유사하다. 중국와 일본이 서로 날을 세운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포토세션이 열린 5일 오전, 현장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중국 측 인사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한국 측 인사하고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일본도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현지시간 기준으로 5일 일본 NHK와 교도통신을 통해 일본이 아세안 국가에 4조엔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아세안 각국의 경제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달러나 일본 엔으로 최대 4조엔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세안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해 나온 조치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일본의 통화스와프 제안에 대해 현지 언론사는 엔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과 중국 견제 용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들 사이에 낀 한국이 주도권에서 유리할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 만도 않은 실정이다. 5일 한중일 모임에 불참했던 샤오제 재정부장은 6일 ADB 연차총회에 맞춰 요코하마를 방문해 아소 다로 재무상과 양자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적으로 우리나라를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ADB 한국 측 관계자는 “ADB는 오랜 경험을 토대로 놀리지뱅크(knowledge bank, 지식은행)로 갈 것이고, AIIB는 실질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투자은행 성격의 조직으로 방향이 갈릴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