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이고은 기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원점에서 재검토’ 원칙을 밝힌 데다 성과연봉제의 기획과 추진을 도맡은 기획재정부도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특히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대해 주기로 했던 페널티 부여를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8일 “노사합의주의 원칙에서 자율로 하는 방향이 원칙”이라며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한 페널티를 주는 방향을 배제하고 ‘노사의 자율합의 우선’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선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비해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고 할만큼 ‘속도전’으로 일관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떠맡은 기재부는 지난해 수차례 점검회의를 열고 공공기관을 압박했고, 미도입 기관을 대상으로 ‘임금동결’ ‘기관평가 불이익’ 등 페널티 제도를 도입할만큼 성과연봉제 확산에 주력했다.
지난해 9월 23일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성과연봉제는 연공서열에 따라 모두가 똑같은 비율로 월급을 올려주는 호봉제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쉽게 말해 흔히 말하는 ‘연봉 인센티브제‘다. 전체 직원의 연봉 총량을 100%라고 한다면, 이 가운데 30%를 성과급으로 책정하고 연공서열을 같아도 성과별 차등을 둬 최고와 최저등급이 다른 금액을 가져가는 것이다.
현재 국내 332개 공공기관 가운데 120개가 성과연봉제를 지난해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신의직장’이라 일컬어지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제도를 도입한 120개 공공기관 가운데 48곳이 노사합의없이 사측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일방적으로 도입해 갈등을 빚고 있다.
어떻게 보면 능력에 따라 차별화된 연봉을 받는다는 능력주의 중심의 성과연봉제를 문재인 대통령은 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일까. 이유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협업이 필수적인데, 자칫 개인별 경쟁을 심화시켜 공공서비스가 뒷전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성과평가에는 점수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점수를 따기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는 집중하고, 공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점수를 획득하기 어려운 일은 도외시될 가능성이 큰 점이 성과평가제의 함정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에 따라 기재부도 성과평가제를 다시 가다듬지만 어떤 식으로든 평가 방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방향이 돌아섰다고 해도 예전처럼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다”며 “성과연봉제를 없애고 호봉제 등으로 ‘원위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공공기관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재검토 원칙’만 나왔을 뿐 방향이 구체적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아 뭐라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산업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추세를 보면서 정부 방침을 기다리는 중이다”며 “이미 도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도 “새 정부의 성과연봉제 관련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노조도 진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이고은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