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30일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자처했다. |
[뉴스핌=조동석 기자] 2003년 취임 초 인사 문제를 둘러싼 검찰의 집단 반발 속에 평검사와 대화를 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한참 후배인 판사 출신의 강금실 변호사를 임명한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달래기 위해 전례없는 '평검사와 대화' 자리를 만든다. TV로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당시 한 검사가 "대통령님께선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적 있지 않으냐"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받으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불신감을 드러내자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은 불만을 표시하며 사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검찰 개혁방안을 두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중심에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검찰 개혁은 지지부진했다. 검찰의 거센 반발에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가 기업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게 밝혀지면서,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날을 세우지 못했다.
이랬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뇌물 수수혐의로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과 진짜 악연은 이제부터였다.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에 출석했다. 그는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나서 서초동 검찰청사로 향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노 전 태통령을 조사한 사람은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검찰은 조사 당일에만 3차례에 걸쳐 언론브리핑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을 상세하게 전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당시 검찰 수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이었다.
소환조사 이후 3주 넘게 검찰이 장고를 거듭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노 전 대통령과 검찰 간 질긴 악연은 이렇게 끝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법무부 검찰국장에 박균택(21기)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비(非) 검찰 민정수석, 강골 지검장, 11년만의 호남출신 검찰국장이다. 고강도 검찰개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