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오전 로마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 받은 뒤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블룸버그> |
선진 7개국(G7)이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탄소 배출 축소 결정을 기다리는 가운데 교황은 30분 가량의 회동을 가진 뒤 2015년 발행한 화석 연료 배출을 급격하게 줄일 것을 촉구하는 회칙의 카피본을 건네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할 것을 종용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선물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오늘 나눈 대화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에게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책을 여러 권 선물했다.
이날 양측이 나눈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를 포함한 일부 외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킬 것을 강조한 것으로 관측했다.
또 로이터는 교황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에게 ‘평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온건한 정책 기조는 인간에 의해 기후변화가 초래됐다는 교황의 견해와 상충한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각이 아닌 벽을 쌓을 궁리를 하는 인물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지역 장벽 건설 계획을 비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바티칸 일정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해외 순방 중 일정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교황 측은 수요일 오전 8시30분에 시간을 냈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정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반응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