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곳곳에서 불거진 정치 리스크에 유로존의 붕괴 리스크가 고조, 약세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유로화가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주 6개월래 최고치를 찍은 유로화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에서 ‘안티 유로’를 앞세운 후보들이 패배, 커다란 악재가 해소됐기 떄문이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정책 기조가 달러화를 압박할 것으로 보여 유로화의 상승 탄력이 지속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23% 급락한 유로화가 추세적인 반전을 이루고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유로화 전망치를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ING가 내년 중반 유로/달러 환율 전망치를 1.20달러로 제시했다. 최근 1.12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유로화 가치가 크게 뛸 것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 크레딧 아그리콜과 유니크레디트 등 상당수의 IB들이 유로화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로화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언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아다나시오스 밤바키디스 외환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이 유로화 트레이드에 적극 나서는 등 유동성 흐름이 우호적”이라며 “특히 엔화에 대한 유로화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제조업과 소매판매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조를 보여 투자 심리가 고무됐다는 분석이다. ECB 정책자들 사이에 출구전략에 대한 의견이 고개를 드는 상황도 유로화의 상승 요인에 해당한다.
정치 리스크 해소와 경기 향상 이외에 해외 투자자들이 환리스크에 대한 헤지 없이 유로존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을 투자하고 있어 유로화의 낙관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모간 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해외 투자자들의 유로존 ETF 투자 금액은 7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리스크 헤지를 설정한 투자 규모는 9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이후 달아올랐던 달러화 상승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정치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연준의 지난달 회의 의사록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완만한 금리인상에 무게를 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런던 소재 칵스톤 FX의 알렉산드라 러셀 올리비에 외환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분명하게 확인됐지만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시장의 예상만큼 매파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