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외에 다른 승마선수도 지원하려 했으나 최씨의 개입으로 그러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인에 대한 21차 공판에는 박원오 전(前)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전무는 정씨의 승마 후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5년 최씨가 삼성의 지원을 받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였던 '코어스포츠'를 세우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삼성 승마지원의 '키맨'으로 꼽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학선 기자> |
이날 박 전 전무는 삼성이 당시 지원할 승마선수 선발을 위해 노력했지만 최씨의 개입으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에서 누굴 선발하려 한다. 방법을 찾는다'고 하면 최씨가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뽑으면 안 된다, 누구 뽑으면 안 된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해 한 명도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애초 목적대로 추진하려 했는데 최순실의 완강한 반대에 눌렸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승마 지원은 2020년 도쿄올림픽 등 세계 대회에서 기량을 펼칠 승마선수를 키울 목적이었지만, 최씨의 반대로 변질됐다는 설명이다.
2015년 정씨가 사용하던 말의 소유권과 관련해 최씨가 격분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박 전 전무는 "정유라의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 여권에 삼성전자가 소유주로 표시돼 최순실이 화를 냈다"며 "최순실은 '이재용 부회장이 VIP(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말 사준다고 그랬지 언제 빌려준다 그랬냐. 당장 박상진에게 독일로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당시 박상진 전 사장은 "바쁜 사람인데 오라 가라 하냐, 일정 조정해 연락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박 전 사장이 박 전 전무에게 문자를 보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이고 상황 자체도 복잡한 게 아닌데 뭘 상의하겠다는 건지, 꼭 대면해서 상의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는 전언이다.
박 전 전무는 "이런 삼성 측의 이런 태도를 보고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처음 계약과 달리 갈수록 변질이 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