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정보통신(ICT) 기업 A사는 해상용 통신장비 신제품 출시가 1년 가까이 지연됐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인증을 통과한 테스트 항목에 대해 국내 규제기관이 인증을 재차 요구했기 때문이다. 츨시 지연에 따른 손해에 수백만원의 인증비용 추가 부담도 발생했다.
#B사는 스마트센서와 통신기능을 추가한 ‘사물인터넷 기반 방재설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인증규격이 없어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지조차 막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신산업 기업들 두곳 중 한곳은 정부 규제 때문에 사업 차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무인이동체, 신재생에너지, ICT 융합, 바이오·헬스, 핀테크 등 5개 신산업 분야 7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다.
1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느냐는질문에 47.5%의 기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분야별로는 핀테크 기업이 7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64.7%), 무인이동체(50.0%), 바이오‧헬스(43.8%), ICT융합(33.6%) 순이었다.
사업차질 유형으로는 ‘사업지연(53.1%)’, ‘사업 진행중 중단·보류(45.5%)’, ‘불필요한 비용발생(31.7%)’, ‘사업 구상단계서 어려움을 인식해 포기’(22.8%) 등(복수응답)을 꼽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특히 ‘사업추진 과정에서 중단·보류(69.7%)’하는 경우가 많았다. ICT융합분야는 ‘사업지연(63.4%)’의 비중이 높았다. 무인이동체 분야는 ‘불필요한 비용지출 발생(41.7%)’으로 사업차질을 빚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 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 |
아울러 ‘국내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 조사기업의 49.2%가 ‘낮다’고 평가한 반면 ‘높다’는 평가는 19.1%에 불과했다. 경쟁력이 낮다는 응답 비율은 무인이동체(70.8%), 핀테크(56.8%), 바이오·헬스(51.6%), ICT 융합(43.4%), 신재생에너지(43.1%) 순이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시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지에 대해 74.6%가 동의했다. ‘시장여건 미성숙으로 인한 판로애로(74.0%)’, ‘자금조달 애로(71.9%)’와 ‘우수인력 확보애로(71.3%)’ 등도 공감했다.
전반적인 기업환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규제, 정책지원 등 전반적인 기업환경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열악하다’는 응답이 69.5%를 차지했다.
기업환경이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신산업분야의 5년 후 경쟁력은 어떨지를 묻는 질문에는 40.4%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25.6%만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원칙금지‧예외허용의 포지티브 규제 ▲산업간 융합과 협업을 가로막는 칸막이 규제 ▲규제대상을 광범위하게 지정하는 투망식 규제 ▲관련법령 부재로 인한 회색 규제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인 중복‧과잉규제를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전통산업 영역에서는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고 기업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시장에 진입했다면 신산업에서는 기업이 앞장서 신기술, 신시장 개척활동을 펴야만 한다”며 “현재 없는 사업과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기업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후원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