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김겨레 기자 ] 지난달 31일 찾은 경상남도 창원시 LG전자 세탁기 공장.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쿵쿵'하는 굉음이 들렸다. 커다란 기계가 스테인리스판을 순식간에 디귿(ㄷ)자로 접어 세탁기와 건조기의 몸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LG전자 직원들이 창원2공장에서 건조기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140미터 길이의 생산라인 초입에서 눈길을 끈 것은 천정에서 내려오는 세탁조였다. 작업자 머리 위 20m 길이의 자동 운반 장비가 컨베이어 벨트 앞 작업 위치까지 세탁조를 보내줬다. 소형 부품은 지하에서 올라와 조립 높이로 도착했다. 공장 곳곳에서는 레일을 따라 혼자서 움직이는 자율 주행 수레가 부품을 실어 날랐다.
이처럼 제품 조립에 필요한 모든 부품이 작업자가 손만 뻗으면 되는 거리로 모여들고 있었다. 작업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품을 쌓아두지 않고 바로 투입하기 위해 세탁조와 같은 대형 부품은 30분, 중형 부품은 2시간 단위로 공장에 들어온다. 하루동안 공장을 오고가는 5톤 트럭만 950대다.
세탁기와 건조기, 모터,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 2공장은 지난 1987년 52만6000㎡ 규모로 세워졌다. 30년동안 단 한 평도 공장 면적을 넓히지 않았지만 창원 1, 2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0만대에서 500만대로 10배나 늘었다.
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생산된 LG 드럼세탁기 제품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LG전자> |
기둥에 모터를 설치하고 배선 후 세탁조를 넣으면 세탁기는 얼추 완성된다. 11초에 한 대 꼴이다.
조립 후 검사를 마치고 포장한 제품은 창고에 쌓아두지 않는다. 포장 즉시 컨테이너에 싣고 40분 거리의 부산항으로 향한다. 창원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을 비롯한 프리미엄 시장으로 수출된다.
건조기 라인은 특히 분주했다. 지난해까지 1개 라인에서 생산했던 건조기를 올해 2개로 늘렸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버거운 상황이다. LG전자는 안전과 품질을 고려해 야간작업을 하지 않는 대신 주말 특근을 늘려 공장 가동률이 140%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4000대가 팔리던 건조기는 올해 들어 4만대씩 팔리고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쌍으로 구입하는 특성 때문에 세탁기도 덩달아 판매량이 늘어났다.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품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제품 시험동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 문을 1만번 이상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제품을 영하 10도부터 40도 환경에 넣어두고 작동시키는가 하면, 세탁기 회전 수를 가장 빠른 속도로 설정 후 100시간 이상 돌리기도 한다.
조성하 LG전자 신뢰성시험실 차장은 "저희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제품을 출하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인 조성진 부회장의 방침"이라며 "25년 넘게 쌓아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악조건에서 제품을 시험해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