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미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다중대표소송제, 집중·전자·서면투표제 도입 등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상법 개정'을 공약했다. 최근에는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 앞장서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내세워 경제민주화 실현 의지를 드러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매출 1000억원 이상인 상장 제약사 47곳 중 집중투표제는 단 1곳도 도입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에게 선임할 이사 수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때 주주는 본인이 원하는 특정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예정인 기업이 집중투표제를 시행할 경우 지분 1%를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은 총 3%가 된다. 이 주주가 특정후보를 강력히 밀기 원하면, 그 후보에게 3%의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3명의 후보에게 1%씩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는 현행 투표방식과 다르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일찌감치 도입됐다. 다만 회사가 원하지 않으면 정관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많은 회사들 정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상당수 오너일가 체제인 오너일가 제약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광동제약 본사와 녹십자 목암타운 전경<사진=광동제약, 녹십자> |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제약사는 제법 있다. 47곳 중 10곳이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10대 제약사 중에서는 녹십자, 광동제약 2곳만 전자투표제를 시행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전자적인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용이하게 해 지배주주를 견제하도록 하고자 2009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역시 채택 여부를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선택권을 줬다.
전자투표제는 영진약품·테라젠이텍스·씨티씨바이오·국제약품이 2015년 초부터 실시해 10개사 중 가장 빨랐다. 당시 이들과 함께 선봉장에 섰던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당시 상근감사 선임 안건의 의결 정족 수가 미달될 수 있어서 도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총에서는 하나금융지주에서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이우공씨가 감사로 선임됐다.
씨케이에이치는 2016년부터, 녹십자·광동제약·종근당바이오·이연제약·대한약품·삼천당제약은 2017년에 전자투표제를 시행했다. 특히 종근당바이오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종근당과 달리, 전자투표제 도입 제약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상근감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이 필요해서 시행했던 것이다. 감사로는 안동명 전 KDB생명보험 총괄부사장이 선임됐다. 다만 종근당 관계자는 "종근당바이오가 전자투표제를 계속 시행할지, 안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또 서면투표제는 한독·에스티팜·유나이티드제약·부광약품·씨티씨바이오·테라젠이텍스 등 6곳이 시행 중이다. 서면투표제는 전자투표제와 의결권 행사 방식이 '서면'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다. 이중 씨티씨바이오·테라젠이텍스는 서면, 전자투표제를 모두 도입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