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수두 파티'
우리가 아는 질병 '수두'가 맞다. 수두에 걸린 아이들을 초대해 자신의 아이도 수두에 걸리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육아법을 공유하던 인터넷카페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이른바 '안아키'의 아동학대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당 카페는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김효진 씨가 지난 2013년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며 개설했다.
'맘닥터'라 불리는 카페 내 전문가들은 아이가 열이 날 때 오히려 이불을 씌워주는 '이열치열' 대처법이나 장염에 걸린 아이에게 숯을 먹이고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는 등의 질병 치료법을 주장해왔다.
특히 한 아이 부모가 카페에서 시키는대로 아토피 증상이 있는 아이를 약없이 방치하자 아이 피부에 심한 상처가 생긴 사진이 육아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면서 '아동학대' 논란이 시작됐다.
3살 난 딸을 키우는 A(여·29세)씨는 "처음 안아키를 접했을 때에는 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육아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하지만 SNS에서 '안아키스트'라 불리는 안아키 육아법 추종자들이 아이를 상처투성이로 만든 사진을 접하고 경악했다"고 전했다.
또 "너무 화가나서 그 이후론 안아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페 '안아키'를 개설한 한의사 김효진 씨. [MBC 캡처] |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운영자 김 씨는 "안아키가 세상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지난달 초 카페를 폐쇄했다.
이같은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안아키로 피해를 본 사례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한의사 김 씨를 비롯해 카페에서 맘닥터로 활동했던 이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김 씨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연구한 결과"라며 아동학대 주장을 부인했다.
또 김 씨가 관련 강연 영상을 담은 DVD와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판매 등을 통해 경제적 이득까지 취했다는 의혹과 한의사 추가 가담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아시모)은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운영자 김 씨를 비롯한 카페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김 씨의 자택과 한의원 등을 압수수색한 상태다.
공혜정 아시모 대표는 "김 원장은 그 어떤 객관적·논리적 근거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일반화시켜 검증되지 않은 고통스러운 치료법을 연약한 아이들에게 처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관련 자료를 수집해 보니 단순히 의료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뿐 아니라 무면허 불법의료처방이나 시술 증거들이 수두룩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방임에 의한 학대를 처벌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극단적인 치료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안아키 카페가 개설돼 있던 한 포털사이트에는 '안아키 저격가페' 등 반대 커뮤니티들이 여럿 생겨났다.
관련 단체들도 선긋기에 나섰다. 한의사협회는 논란이 된 행위와 관련, "한의학적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김 씨를 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관계 부처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