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깨고 하락했다. 소비지출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도 부진하면서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미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달 전보다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함께 의류와 항공료, 의료비는 일제히 하락하며 CPI를 떨어뜨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CPI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작은 폭인 1.9%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는 한 달 전보다 0.1% 상승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1.7% 올라 2015년 5월 이후 가장 부진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앞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CPI와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2% 올랐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그래프=미 노동부> |
미국의 소매판매도 16개월간 가장 큰 폭의 후퇴를 보여줬다. 상무부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5월 소매판매가 한 달 전보다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0.1% 증가할 것으로 본 금융시장 전문가 평균 기대도 밑돌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월 소매판매는 3.8% 증가했다. 5월 소매판매의 부진은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며 주유소의 소매판매액을 줄인 것이 영향을 줬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설자재, 음식 서비스를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5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물가와 소비지표의 부진은 올해 총 3차례 긴축을 진행하려는 연준에 부담이 된다.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과 완전고용(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 원하는 때 취업할 수 있는 상태)에 근접한 고용시장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린 연준의 대다수 위원은 올해 총 3차례의 긴축을 전망했지만 최근 경제 지표가 부진하면서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 전망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르네상스 거시 연구소의 닐 두타 미국 경제 수석은 블룸버그통신에 "미약한 인플레이션이 실적 성장을 촉진하지만, 경제에 더 큰 슬랙(slack,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것은 연준이 더 천천히 움직일 여유를 준다"고 말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것은 연준이 어떻게 금리 인상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해야하는지에 대해 골칫거리"라면서 "그들은 느린 성장세와 약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연된다면 시장은 높은 금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표 발표 후 미 달러화와 국채수익률은 동반 하락 중이다.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미국 동부시간 9시 21분 현재 전날보다 0.52% 내린 96.469를 기록 중이며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8.4bp 내린 2.129%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