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2년생 김지영씨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겨울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 전 그가 목돈으로 사용한 것이라곤 2년간 대학원을 다니며 지불한 학비와 약 2개월간의 유럽여행, 1년에 1회 정도 나가던 해외여행이 전부. 결혼 후에도 생활비로 고민해야 할 만큼 빠듯한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돌아보니 남은 통장 잔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2년 전, 김지영씨는 큰 맘 먹고 적립식으로 50만원씩, 30만원씩 펀드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가끔 생기는 자투리 돈도 펀드로 직행시켰다. 잔잔하던 그의 펀드 잔고는 최근 팝콘처럼 튀고 있다. 올해 가입한 비과세 해외 펀드들을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새어나오는 요즘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뉴스핌=김승현 기자] 한달여 전이다. 회사가 퇴직연금에 가입하면서 또다른 선택의 순간이 왔다. 100여명 규모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는 전 직원에 대해 '확정기여(DC)형'을 적용키로 했다. 기존 퇴직금 제도와 비슷한 확정급여(DB)형이었다면 예상되는 금액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DC형은 오로지 내 선택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진다. 퇴직과 은퇴. 아직은 까마득한 일만 같지만 왠지 안정적이면서도 괜찮은 상품을 찾는다면 언젠가 찾아올 내 노후도 한결 평온할 것 같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무조건 많이 나누자'는 생각을 되뇌이며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투자 경험이 별로 없다고 하자 해당 증권사 직원은 자신도 같은 상품을 가입 중이라며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펀드와 자동으로 운용해준다는 상품을 추천했다. 일단 주식의 경우 주식 시장에 따라 부침도 많고 출렁임이 심하지만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연금 자산에는 필수 투자대상이라고 했다.
아직 주식도 잘 모르는데 채권은 또 뭔가 싶었다. 그 직원은 "일종의 차용증"이라고 했다. "투자금을 다시 갚을 능력이 충분한 기업들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이 주식보다 매우 낮아요. 일반 재테크라면 몰라도 연금은 장기 노후를 위한 것이니까 괜찮은 채권 펀드는 한두가지씩 꼭 넣으시는 게 좋습니다."
몇가지 설명서를 올려놓고 이런저런 비교해주는데 아무래도 눈은 자꾸 수익률 자료쪽으로만 향했다. 오랫동안 꾸준한 성적표를 낸 펀드를 찾아 내 연금도 살포시 얹어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빤히 쳐다보기를 반복한 끝에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를 찍었다. 무엇보다 연평균 9%가 넘는 수익률을 10년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트였다. 이 정도면 주식펀드보다 못한 수익률이랄 수도 없다. 투자되는 나라와 대상이 많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이 문제였다. 이름부터 생소한 타깃데이트펀드(TDF).
“일반 가입자들이 DC형 운용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시간적 여유나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방법도, 교체 대상도 잘 몰라서죠. 한 가지 펀드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 수시로 수익률을 확인하면서 수많은 펀드 중에 고르는 일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예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자신도 얼마 전 이 상품들로 교체했다며 설득을 이어갔다.
내가 '은퇴 시기'만 정하면 나머지는 이 펀드가 알아서 한단다. 아직 한창 일을 하고 있고 월급이나 수입이 늘어가는 젊은 시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시간이 지나 자산을 관리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할 때는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무엇보다 금융 투자에 익숙지 않아도, 또 주기적으로 상품을 교체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아직도 알아가야 할 투자 상품의 세계는 넓고도 많다는 현실을 새삼 실감한다.
이번에도 마지막 관문은 수익률. “나온지 1년 정도 된 삼성TDF는 현재까지 14%정도 성과가 났고, 한국운용TDF도 나온지 3개월 정도밖에 안됐는데 주식이 많은 클래스는 6% 이상 수익이에요.”
지금으로선 60세까지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그 이후의 삶은 지금보단 좀더 막막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적극적으로 연금 재테크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자기는 연금펀드를 하고 있을까. TDF는 알고 있을까?' 증권사를 나서며 휴대폰부터 꺼내든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