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붉은 닭'의 해인 2017년 치킨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AI파동에 이어 치킨값 인상 논란, 프랜차이즈 오너의 성추문에 이르기까지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 간식' 치킨을 둘러싼 각종 이슈를 점검하고,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치킨 이야기를 '알쓸친닭(알고 보면 쓸모 있는 친근한 닭 이야기)'로 묶어본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항공으로 수입된 미국산 흰색 계란을 구입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전지현 기자]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AI 영향에 처음 종계 및 산란계를 살처분하면서 1월 초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계란 수급 부족에 정부는 미국산 계란 수입을 시도했다. 국내 대형마트에는 약 30년만에 '하얀계란'이 등장했다.
노란계란에 익숙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예상했던 미지근한 반응 대신 호기심 어린 관심이 이어졌다. 그렇게 계란 수급조절 문제는 조용히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닭고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AI 발병으로 대량 살처분이 이뤄지고 강화된 방역 기준으로 병아리 재입식 요건이 까다로워 물량공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3사는 산지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최대 1000원 가량 닭고기 소비자가를 인상했다. 수도권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계란 한판 가격이 1만원을 육박하는 곳도 늘어났다.
3월에는 브라질에서 부패고기를 불법 유통한 '브라질산 닭고기'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련업계에 또 비상이 걸렸다. 가격 경쟁력 등의 이유로 상당수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확산됐다.
브라질산 닭고기 불안감에 일부 순살치킨 및 햄버거 패티 등에 이를 사용하던 업체들이 역풍을 맞았고, 브라질산 닭고기 납품자체를 중지하면서 일단락됐다.
사진은 유통금지된 브라질 닭고기와 무관함. <사진=전지현 기자> |
같은 기간 치킨업계도 들썩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말 남미에서 발생한 홍수로 아르헨티나 등 주요 산지 콩 재배량이 크게 줄면서 1월 들어 국내 식용유 공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대두 원유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업소용 식용유 납품을 중단했다. 일부는 9%가량 가격을 올리면서 영업 최전선에 있는 치킨업계 영세 중소상인들에게 깊은 시름을 안겼다.
4월에는 국내 치킨프랜차이즈업계 대표격인 BBQ가 가격인상을 들고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즉각적인 '기업때리기' 카드로 불거진 가격인상을 잠재웠다. 하지만 효과는 2개월도 채 가지 못했다.
정부는 인건비 및 임차료 상승과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등 가맹점들이 치킨값을 올려야 한다는 치킨프랜차이즈업계 본사측 주장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BBQ는 5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치킨업계 도미노 인상을 부채질했다.
6월 들어선 끝날 줄 알았던 AI가 재발됐다. 6월초 제주 지역에 의심 사례가 발견되며 AI위기 경보가 심각단계까지 격상됐다. 정부는 전국적인 번짐 현상으로 생닭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서 2차 수급 차질을 예고, 치킨 값 추가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양계협회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최대 10% 이상 기습 인상에 분노하며 불매운동을 시도하는 중이다. 산지 생닭 가격이 하락하는데 치킨가격을 올린다는 이유에서다. 협회측은 2만원 이상 제품 판매중단을 요구 후,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 전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가격인상'으로 치킨업계에 불신 여론이 번진상황에 동종업계 회장의 추태가 공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은 지난 3일 한 일식집에서 20대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호텔로 데려가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최 회장은 15일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건강 상 이유'로 소환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어 남은 하반기에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각심이 일고 있다"며 "치킨업계에서는 일단 무조건 조심하고 보자는 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업황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신이 커져 걱정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