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아파트 외벽을 도색 중이던 작업자의 밧줄을 잘라 숨지게 한 사건,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며 수리 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 30년 동고동락한 조강지처의 잦은 외박을 이유로 다투다 아내를 살해한 사건까지. 모두 6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최근 '분노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서는 일주일 전 옥상에 설치된 도색 작업자 김모씨의 밧줄을 끊어 살해한 피의자 서모씨의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조울증을 앓던 그는 경찰에서 "새벽에 인력시장에 나갔다 일을 구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는데 작업자들의 음악소리가 시끄러워 화가 났다"고 범행 이유를 진술한 바 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인터넷 설치·수리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A씨가 지난 20일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인터넷 수리기사 살해 사건의 피의자 역시 그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의 인터넷 속도가 느렸다는 불만이 자신에게만 불이익을 줬다는 피해망상과 합쳐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30년 조강지처를 살해한 피의자 역시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들 범행 동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로 '분노조절장애'다.
사회학자들은 이들이 왜 분노조절장애로 살인을 했는지 그 배경에 주목했다. 밧줄을 자른 서 씨의 경우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려운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그동안 소외감이나 박탈감 등을 느끼며 분노가 쌓였다는 것이다.
사회적 분노가 사소한 계기를 만나 같은 약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방식으로 비뚤게 표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실제 사회적으로도 분노조절 장애에 따른 우발적 범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폭력범죄 37만여 건 가운데 우발적 범행은 전체 41%인 14만8000건으로 나타났다.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환자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 환자는 지난 2007년 1660명에서 2011년 301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분노조절장애에 따른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