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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談談)차이나] 반환 20주년 홍콩, '공산당 색깔을 입다'

기사등록 : 2017-06-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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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홍콩 아니다' 전면 페이스오프
일대일로 ‘슈퍼 커넥터’로 새로운 도약 모색

[뉴스핌=홍성현 기자] 1997년 7월 1일 중국의 품으로 돌아온 홍콩. 중국은 2017년 7월 1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 주권반환 2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과거 중국 경제성장의 젖줄이었던 홍콩 경제는 규모 면에서 본토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잃은 형세이지만 중국 대외개방 거점이자 글로벌 금융도시로서의 경쟁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중국 정부는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아 반환 이후의 업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홍콩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리커창 총리는 ‘웨강아오베이’ 건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홍콩 정부는 주권반환 20주년 행사에 총 6억4000만홍콩달러(약 920억원)의 거액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 경제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역할을 조망해본다.

홍콩 전경 <사진=바이두>

◆ '영화는 계속된다' 본토와 결합 가속

홍콩은 지난 1997년 주권반환 이후 줄곧 중국 개혁개방의 중심축으로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본토와 타국을 잇는 다리이자 외자 및 해외기술 유치의 거점이었다. 물론 중국의 고도 성장에 따라 홍콩의 면모가 본토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80년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선전(深圳)의 164배에 달했지만 2016년에는 그 차이가 2배 정도로 좁혀졌다. 이대로 가면 선전이 2~3년 내 홍콩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의 중국 경제성장 기여도도 예전 같지 않다. 1997년 홍콩의 GDP는 중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등 경제 성장의 핵심 원동력이었으나 지금은 20년 전의 1/6에 불과한 3%의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달러 화폐가치도 위안화에 역전당했다. 1997년 당시 홍콩달러의 가치는 1홍콩달러=1.06위안이었지만 2017년 현재 1홍콩달러=0.87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년 사이 홍콩달러와 위안화의 가치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콩의 글로벌 위상이 약화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홍콩은 여전히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최고 자유경제지역으로 꼽히며 글로벌 4대 금융중심지, 글로벌 허브도시로서의 위용을 자랑한다. 2016년 12월 기준 전 세계 100대 은행 중 약 70개가 홍콩에서 영업 중이다. 스위스 소재 세계경쟁력센터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는 2년 연속(2016~2017) 홍콩을 세계 경쟁력 국가(지역)별 순위에서 1위로 선정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변신, 그리고 붉은 자본과 공생

2003년 중국 정부는 본토-홍콩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체결하고, 본토로 수출되는 홍콩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갔다.

같은 해 본토인들의 홍콩 개인관광 빗장도 활짝 열리며 두 지역 간 인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1997년 한 해 홍콩 방문 중국인은 236만명에 그쳤으나 2006년엔 4.7배 늘어난 1360만명, 다시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4277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이 본토 경제성장의 젖줄이 되어준 것처럼, 본토 역시 홍콩 내수경제 활성화에 일조한 셈이다.

홍콩은 중국 자본시장 대외개방의 거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14년 11월 후강퉁(沪港通, 상하이-홍콩증시 간 교차거래)을 개통한 데 이어, 2016년 12월에는 선강퉁(深港通, 선전-홍콩증시 간 교차거래) 제도를 시행했다. 올해 5월 16일에는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이 채권퉁(債券通, 중국-홍콩채권시장 간 교차거래)을 승인했다고 발표, 머지않아 주식에 이어 채권의 교차거래가 시행될 것을 예고했다.

본토 기업들의 홍콩 내 영향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1997년 홍콩 반환 이전까지만 해도 리카싱(李嘉誠, 리자청)과 같은 현지 재벌들이 홍콩 경제를 주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본토 기업들이 금융, 부동산, 통신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17년 현재 홍콩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주간사를 맡은 상위 10위권 금융사 가운데 9곳이 건설은행, 해통증권, 농업은행 등 본토업체다. 본토 부동산개발업체들은 2011년을 기점으로 홍콩 업체들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며 홍콩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한편 본토와의 활발한 교류 속에 홍콩의 경제구조도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 당장 홍콩의 산업구조가 크게 달라졌다. 서비스업 비중은 증가한 반면 제조업은 줄어들었다. 2016년 기준 홍콩 GDP 가운데 서비스업은 92.7%라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개혁개방 이후 다수의 제조업체들이 본토로 이전한 가운데 무역 및 물류업, 금융서비스업, 전문서비스 및 기타 생산성서비스업, 관광업이 홍콩 경제를 견인하는 4대 지주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향후 홍콩을 혁신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혁신산업 비중을 GDP의 5%(관광업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웨강아오베이(粵港澳大灣區): 웨강아오베이는 광둥(廣東)성 주요 도시와 홍콩(香港), 마카오(澳門) 지역을 연결하는 연안경제권을 일컫는다. 총 11개 도시가 포함된 웨강아오베이는 총 면적 5만6000㎢, 인구 1억명, GDP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국가급 규모의 광역도시경제권이다.

◆ 일대일로 ‘슈퍼커넥터’, 新활력 기대

“주권반환 이후 홍콩이 서비스업에 특화된 글로벌 경제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본토, 특히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 덕분이다.”

홍콩 중국은행 셰궈량(謝國梁) 경제∙정책연구주관은 홍콩(서비스)과 본토(제조)의 분업체제가 없었다면 홍콩의 서비스업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앞으로 홍콩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및 ‘웨강아오베이’ 건설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홍콩이 본토와 다른 국가를 연결하는 ‘슈퍼커넥터(Super Connector)’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광둥(廣東)성-홍콩-마카오를 잇는 웨강아오베이는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필수 경로지점인 것. 앞으로 홍콩은 본토 광둥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과 서비스업 분야 강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웨강아오베이 지역 첨단 제조업의 발전을 이끄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슈퍼커넥터’로서 홍콩은 금융뿐만 아니라 무역, 항공운수, 물류, 전문서비스, IT,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웨강아오베이 건설 프로젝트 추진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지난 4월 리커창 총리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웨강아오베이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이해 중국 정부는 홍콩과의 연계 강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홍콩 주권반환 2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지난 2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며 홍콩은 안정적인 발전을 이룩했다”고 일국양제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 내정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며 일국양제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지난 2014년에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 완전직선제를 주장하는 ‘우산혁명’이 79일간 이어지기도 했다. 신임 행정장관인 캐리 람 역시 친중 선거인단의 간선투표로 당선돼 홍콩 시민들은 친중국 성향의 행정수반 취임 후 중국 중앙정부의 관여가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 주권반환 20년, 중국은 본토-홍콩 경제통합 측면에서 비교적 긍적적인 성과를 거둬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 당국이 홍콩과의 항구적인 사회통합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홍콩의 또 다른 20년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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