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SK하이닉스가 가담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절차가 다소 복잡하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4일 보도했다.
업계 안팎으로 기술 유출 우려가 다시 제기된 데다, 도시바 제휴사인 웨스턴디지털(WD)이 SK하이닉스의 참여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21일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일본 재무성이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 정책투자은행을 통해 이끄는 '한미일 연합'을 선정했다. 이 연합에는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한미일' 연합의 제안은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을 일본에 유지하고 일자리를 보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시바의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기술은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의 입찰을 거부하고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토시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역할은 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SK하이닉스는 "의결권이 없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상황이 변할 것을 우려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3년 전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엔지니어를 통해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도시바에 소송을 당해 2억7800만달러를 내고 합의한 바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라는 것.
실제로 제휴사인 웨스턴디지털(WD)이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철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 중인 WD은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가 참여할 경우 생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WD의 한 고위 관계자는 컨소시움의 투자 펀드 중 한 곳이 SK하이닉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WD는 자사의 동의없이 사업을 이전하는 것은 합작투자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막기 위해 법적 조치에 나선 상태다.
WD는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뒤 성명을 통해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리 자회사인 샌디스크와 합작한 메모리 사업부의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샌디스크의 동의권 등을 계속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도시바는 샌디스크의 동의 없이는 합작회사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은 계악 상 명확하기 때문에 법률적인 절차를 통해서 우리 권리를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WD는 오는 7월 14일, 미국 법원에서 매각 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앞서 도시바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단 명령을 요청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