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문재인 정부는 5일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뜻에 발 맞춰 블라인드 채용을 제도화 할 입법 작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취준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또 다른 스펙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 본회의장/이형석 기자 leehs@ |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인적사항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향후 민간 기업까지 자율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출신지역, 가족관계, 사진, 키 체중 등 민감한 신체 조건과 학력 등은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기입할 수 없다.
국회도 '블라인드 채용'을 위한 입법 작업에 발 빠르게 나섰다. 5일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관련 법률 개정안이 세 건 발의됐다.
정부 발표안과 가장 가까운 법안은 박정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률 개정안이다. 박 의원은 26일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 등이 직원을 채용할 때 고용노동부가 정한 기초심사자료의 표준양식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표준양식은 구직자의 기본이력과 경력, 자격증 및 특기사항, 자기소개 등 활동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나이, 학력, 성별, 출신지역과 사진 등 채용 시 차별이 될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하고 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구직자가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받지 않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에는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신상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과 ‘구인자는 채용면접 시험 과정에서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거나 성희롱, 모욕적인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구직자를 울리는 '갑질 면접'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일부 취준생들 사이에선 블라인드 채용이 여타 스펙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한 학생은 "학력 기재를 금지하는 블라인드채용제가 도입되면 서울대생들까지 각종 공모전이나 자격증 취득에 확 몰릴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스펙의 빈부격차가 다시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구직자 본인의 학력은 기재 금지사항이 아니라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법률개정안이 눈길을 끈다. 법안에는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채용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신체조건에 대한 정보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구직자 본인의 출신 지역과 종교, 혼인 여부, 재산 규모와 부모를 포함한 가족의 학력, 직업, 재산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되지만 학력 기재는 가능해진다.
이 법안은 지난 11월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