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헤지펀드가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 미국에 집중됐던 투자 열기가 유럽으로 이동한 것. 유럽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을 회복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주식에 베팅한 헤지펀드 업체들이 20%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 업계의 전체 수익률이 3% 선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쏠쏠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운 데 반해 유럽 주요국의 증시가 2007년 고점을 밑도는 데다 경제 지표가 강한 회복 신호를 보내자 자금이 밀려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유로존 경제는 0.4% 성장해 2011년 이후 두 번째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고,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약세도 유럽 증시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통화 가치의 상승 가능성이 관련 자산의 투자 수요를 높이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 7억5000만달러의 헤지펀드 업체 루선은 최근 1년간 유럽 주식의 비중을 확대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대표 펀드가 연초 이후 6월15일까지 20.5%의 수익률을 낸 것
억만장자 투자가인 다니엘 로엡의 네슬레 지분 매입도 투자자들 사이에 유럽 주식시장에 대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엡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는 스위스 식품업체인 네슬레 지분을 35억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우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를 전환점으로 유럽의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는 한편 경기 회복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 로엡의 네슬레 투자에 결정적인 계기였다.
크리스 혼이 이끄는 TCI 역시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유럽 주식 비중을 23%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공항공사 아에나 주가가 올해 29% 폭등하는 등 투자 종목이 작지 않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밖에 랑스다운의 유럽 주식 펀드가 올들어 15.6%의 성적을 거두는 등 유럽 증시에 적극 투자한 헤지펀드가 일제히 호조를 이뤘다.
다만 JP모간이 조사하는 29개 주요 헤지펀드 가운데 유럽 비중을 높인 업체는 소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에 회의적인 투자자들이 유럽행을 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루선의 피에테르 타셀라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럽 경제가 앞으로 2~3년 사이 2~3%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며 “유럽 증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