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국정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장악 전략' 문건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듯 했으나 재판부가 증거 채택을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7부(기재웅 부장판사)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3인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증거조사와 대부분 신문 절차를 마치고 구형을 진행하는 통상의 결심과 달리 이날 검찰 측은 공판 서두부터 추가 증거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세계일보가 이날 공개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문건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시스] |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국정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것으로 진위에 따라서 원세훈 전 원장 등에 확실한 유죄를 안겨줄 것으로 검찰 측은 기대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직후 분석·작성된 것으로 2012년 총선과 18대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장악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 문건은 국정원을 거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증거신청서와 함께 국정원에 해당 문건의 작성자와 작성 경위, 보고 전후의 상황 등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서와 문서 송부 촉탁 신청서 등을 재판부에 함께 제출했다.
변호인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오늘(10일) 변론 종결이 예고됐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해왔다"라며 "지금에 와서 언론기사를 근거로 증거를 재신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측도 같은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그런 지적을 예상했다"라면서도 "이 증거가 사전에 제출됐을 수 있었음에도 제출되지 않았고 사건 전체의 실체를 규명하고 다수가 납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5분간 휴정시간을 가진 뒤 검찰 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러가지 소송진행 경과, 자료 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증거 채택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는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사적인 이해관계와는 상관없다"라고 못박았다.
다만, 문건의 내용 일부를 피고인 신문에서 물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검찰 측은 재판부의 증거 신청 기각에 대한 이의신청을 예고하면서 "문건을 점심 중 급작스럽게 받아 이 문건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어느 경로를 통해 보고됐는지도 특정되지 않았다"라며 "말미를 주면 신문을 다시 준비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는 "일단 준비된 신문을 진행하고 재판 말미에 이에 대해 논의하자"라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