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0일 발표된 중국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월가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7.8%까지 뛰었던 상승률이 4개월 연속 위축, 지난달 5.5%까지 밀리자 글로벌 경제 전반에 적신호라는 진단이다.
세계 2위 경제국의 물가 상승이 시들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건설 경기 부진에 중국 생산자물가가 후퇴, 디플레이션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맨해튼 5번가의 쇼핑객들 <사진=블룸버그> |
문제는 중국에 제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지만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으면서 정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현지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013년 2월 3.5%에서 올해 5월 2.1%로 밀렸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핵심 인플레이션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당시 수치인 2.5%를 단 한 차례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실업률이 5월 기준 5.9%까지 떨어졌고, 주요국이 완만한 성장을 이루는 상황을 감안할 때 물가 추이를 해석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물가는 재화 및 서비스의 수요와 이를 공급할 수 있는 경제적 역량의 차이를 의미하며, 이 격차가 크게 벌어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떨어진다는 것이 각국 중앙은행의 논리다.
저조한 인플레이션은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하다는 의미로 풀이되며,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동원한다.
실제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초저금리 정책과 함께 천문학적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저울질하는 연준과 양적완화(QE) 종료를 고심하는 ECB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실물경기 회복과 고용 지표 개선으로 주저앉은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고점 대비 반토막으로 떨어진 국제 유가가 주요인으로 꼽히지만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 물가 역시 저조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내년 중앙은행의 행보가 오리무중이라는 의견과 함께 수급에 기초한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개념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ING은행의 버트 콜리진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각국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오르지 않는 이유를 찾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신형 스마트폰을 포함한 제품 가격 인하가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선진국 전반에 걸친 물가 둔화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27일 경기부양책의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수급 논리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베스텍의 필립 샤우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개월간의 경제 지표가 결정적인 변수”라며 “경제 성장 모멘텀의 지속 여부와 일부 연준 정책자들의 주장대로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엇박자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의 물가에 대해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라보뱅크 그룹의 마이클 에버리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중국 PPI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며 “전세계 경제에 디플레이션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