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요새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부작위'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부작위에 의한 공동정범' 혹은 '부작위에 의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방조죄' 혐의. 국민의당 이유미(구속)씨 '제보조작' 사건으로 오늘(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붙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한편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국방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미실시 등 부작위위법확인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성주·김천 주민들이 지난 2월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따른 것이다.
사드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성주·김천 시민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부작위위법확인소송 1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 '부작위'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 부작위(不作爲)는 무슨 뜻일까?
[게티이미지뱅크] |
사전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거나, 규범적으로 기대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법률용어다. 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기관 또는 행정청(공무원)의 행위와 처분 등에 사용된다.
행정청의 부작위로 인해 피해 또는 손해를 받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인(기관·단체 포함)은 행정법원에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청의 부작위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면, 법원은 해당 행정청에게 '처분'을 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법원이 "원고에게 이익이 되는 어떠어떠한 처분을 하라"며 특정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무이행소송(訴訟)'인데, 이 경우 사법부가 행정부 우위에 서게 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무너진다는 논란으로 인해 현재 도입돼 있지 않다.
다만 상급 행정기관에 제기하는 '의무이행심판(審判)'은 가능하다.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대해 명령을 내리거나 직접 처분을 내려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내부에서 처리하는 만큼 의무이행심판은 재판이 아니다.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판결은 그저 "할 일을 안했으니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처분을 하라"고 주문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해당 행정청은 판결을 보고 '거부처분'을 내려도 무방하다. 행정청의 판단 여지가 존재하는 한, 거부처분 역시 적법한 처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불리한 거부처분을 받으면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애초에 무효임을 확인 하는 '무효등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위법성의 정도에 따라 무효냐 취소냐로 갈리며, 통상 무효가 권리의 구제 측면에서 보다 유리하다.
무효는 애초에 효력이 발생하지 않음을 뜻한다. 따라서 소급(遡及·과거로 거슬러 감)해 효력이 상실되는 반면, 취소는 소급하지 않고 취소가 결정된 현 시점부터 효력이 상실한다.
이후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해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으로부터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금전 등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의무이행소송 혹은 의무이행심판과 다르며, 취소소송 및 무효등확인소송, 그리고 손해배상청구소송과도 구분된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