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폴란드부터 헝가리부터 동유럽의 신흥국 채권시장이 상승 열기를 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뜻을 시사하면서 독일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나타난 강세장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AP/뉴시스> |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동유럽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이 2분기 6.7%에 이르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이머징마켓 가운데 최고 성적에 해당한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날 장중 한 때 0.6% 선을 넘으며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신흥국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이 하락, 헝가리와 폴란드의 스프레드가 각각 2년 및 1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월가는 관련 채권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최근 모간 스탠리와 크레디트 아그리콜이 동유럽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을 '톱픽'으로 제시했고, 블랙록과 알리안츠 역시 해당 채권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이 평가했다.
유로존 전반에 걸친 경기 회복이 동유럽 지역으로 훈풍을 몰아주고 있는 데다 최근 스프레드가 크게 좁혀졌지만 여전히 독일 대비 평균 4배 높은 수익률이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르지오 트리고 파즈 블랙록 신흥국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펀더멘털의 개선이 동유럽 채권의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관련 채권의 수익률이 ECB의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동유럽이 ECB의 부양책에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축소 움직임이 악재에 해당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부채 감축과 국제 교역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이 부양책 축소에 따른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다.
일부에서는 ECB가 시장의 예상보다 양적완화(QE)를 축소하는 데 신중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소위 비둘기파 정책 기조를 확인시켜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정책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인플레이션을 빌미로 금리인상 속도를 제한할 뜻을 내비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지난 1분기 동유럽의 경제 성장률은 2.85%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역시 지난해 199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고 있다.
투자 자금이 밀려들면서 동유럽 통화도 강세다. 폴란드의 졸티화와 체코의 코루나화, 헝가리 포린트화 등 주요 통화가 올들어 미국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10%를 웃도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