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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OO페이가 될뻔한 'FUZE'...미국서 잭팟

기사등록 : 2017-07-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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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츠, 스마트 멀티카드 크라우드펀딩 215만$
유튜브 스타도 극찬한 편의성..가상화폐 서비스 준비

[ 뉴스핌=황세준 기자 ] 국내 기업과 추진하던 제휴가 어그러졌다. 제품은 다 개발했는데 어쩌나 막막했다. 혼자 해보자 결심했다. KTB에서 마침 도와주셨다. 국내가 아닌 미국으로 타깃을 잡았다. 마케팅비를 2억원 넘게 썼다. 돈만 빠져나가고 제품은 아직 출시를 못했고...하루하루 심장이 쫄깃했다. 

다행이 소비자 반응이 괜찬았다. 인디고고에서 크라우드펀딩(인터넷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진행했다. 내심 100만달러는 자신이 있었는데 80만달러쯤 모이니 긴장이 되더라. 그런데 그때 유튜브 스타 '언박스 테라피'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케팅 과정에서 유튜버와 블로거들에게 '리뷰 해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심정으로 제품을 보냈는데 구독자 800만명을 거느린 스타가 제품 리뷰를 해주겠단다. 그것도 홍보비 안받고 공짜로.

언박스 테라피가 제품을 극찬하는 리뷰 영상이 올라오자 관심도가 급상승했다. 1분에 2~3개씩 주문이 들어왔다. 마감 임박한 홈쇼핑업체 사장이 된줄 알았다. 이틀만에 100만달러를 넘더니 결국 215만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확실한 제품이 있었기에 이런 운도 따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미국에서 스마트 멀티카드 'FUZE'로 215만달러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배재훈 브릴리언츠 대표는 지난 1년간을 이같이 회상했다. 215만달러는 국내 기업이 미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조달한 최대 규모 투자금이고 역대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상위 0.01%의 성적이다.

'FUZE'는 신용카드, 포인트카드 등 최대 30장의 카드를 하나로 모아 사용할 수 있는 0.84mm 두께의 디바이스다. 최근 KT가 대만 업체에 위탁생산해 출시한 '클립카드'(최대 21개)보다 저장할 수 있는 카드 개수가 더 많다.

결제는 일반 카드처럼 마그네틱을 긁어서 한다. 삼성페이나 LG페이가 스마트폰 상에서 마그네틱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데 비해 'FUZE'는 실물 카드처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FUZE 카드 실물 <사진=브릴리언츠>

이 제품은 원래 지난해 국내 기업과  제휴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제휴가 어그러지면서 브릴리언츠 독자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지.." 배 대표는 그저 말없이 웃었다.

'FUZE' 탄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전 마케팅은 'B-PAY'라는 이름으로 했다. 그러나 각종 해외 전시회에 나가보니 차별점을 부각하기에 적합지 않았다.

"스마트폰 기반으로 하는 OO페이들이 사방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특징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때마침 호주에 이미 B-PAY라는 이름도 존재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ThinPl(얇고 간편하다는 의미)로 변경했어요."

하지만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ThinPl'이라는 이름이 'pimple(여드름)'과 발음이 유사해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융합'을 의미하는 'FUSE'를 변형해 'FUZE'라는 이름으로 낙점했다.

이름을 정하고 미국시장에 제품을 소개하고 나니 이번엔 예상치 못한 뭇매를 맞았다.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소개한 플라스틱 이라는 미국회사가 소위 '먹튀'를 했던 터라 브릴리언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

"플라스틱 사람들이 세탁해서 차린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그들은 제품 개발을 완료한 게 아니었던 반면, 우리는 이미 제품을 갖고 있었죠. 진정성은 통한다고 믿었습니다. B-PAY 시절부터 우리를 알던 소비자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해 주더군요. 눈물나게 고마웠습니다."

FUZE 가격은 1장당 129달러(한화 약 15만원)다. 카드를 돈주고 산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선뜻 와닿기 힘든 개념이다. 배 대표가 첫 진출국가를 미국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카드를 유료로 구매하는 것에 대한 수요가 있어요. 또 미국에선 음식을 다 먹으면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지고 오죠. 손님은 테이블에 앉아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돈을 내지요. 이런 문화에서는 스미트폰 페이보다는 기존 카드 방식이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사진=인디고고>

FUZE는 미국에 이어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매출액이 크라우드펀딩 규모의 2배를 넘는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중요한 타깃 중 하나다. 

이 제품은 특정 카드사 제품을 다 담는 OEM으로 납품할 수도 있고 이동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OO페이' 등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브릴리언츠는 B2B 버전도 준비 중이다.

배 대표는 FUZE 카드의 진화를 준비 중이다. 관심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망을 통해 가상화폐를 신용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도록 FUZE에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청주대 광학공학과 졸업 후 옛 두일전자통신을 거쳐 2001년 스마트폰 부품 업체인 크루셜텍의 공동 창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옵티컬 조이스틱을 개발해 블랙베리에 납품하는 데 성공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2012년 4월 ‘하드웨어로 시장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로 브릴리언츠를 설립했다. 그의 꿈은 구글 애플처럼 존경받는 회사, 직원이 꿈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FUZE는 그 시작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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