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중소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 자체가 수정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기까지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15일 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들이 표결한 최저임금 인상안의 결과가 적혀 있다. <사진=뉴시스> |
20일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하면서 사회적 논쟁꺼리가 되니 이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여야 대표 초청 오찬 자리에서 최저 임금과 관련, 앞으로 1년 동안 성과를 본 뒤 기존대로 갈지, 속도조절을 할지 결론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다양한 우려가 나오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33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15.7% 이상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55%가 인건비 부담이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신규채용의 부담 증가로 인해 고용이 감소될 것이라는 응답도 32%에 달했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대한 대응책(복수응답)으로는 감원 41.6%, 신규채용 축소 56% 등 대부분이 고용 축소를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종료는 28.9%, 임금 삭감 14.2%, 해외 이전 검토 6.3% 등이었으며,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신설과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보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을 비롯한 10대 주요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중소상공인 달래기에 나섰다.
다양한 대책에 더해 대통령이 속도조절까지 언급하고 나섰지만 중기가 크게 반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강행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이 크다.
더욱이 최저임금은 당장 내년부터 적용이 되는데, 정치적 대립이나 다양한 논쟁으로 인해 대책이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아직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못했다는 것도 중기의 반응이 냉랭한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사회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내년에 논의될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다소 낮게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문 대통령이 마련해 줬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한번 올라간 최저임금이 다시 내려올 수는 없겠지만, 내년부터는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조정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업계 관계자는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고 영세사업자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올해는 대통령의 의지대로 인상을 강행했지만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현실에 맞는 인상률로 조정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