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모든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전담 특수은행이던 국민은행처럼 됐습니다. 이대로 두고 보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의 영업 형태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시중은행이 스스로 위험에 대한 선별 기능을 키우기 보다는 가계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최 위원장의 이 경고가 향후 시중은행의 영업에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최 위원장은 2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이 효율적 자금배분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국민 소득증대 등에 기여하고 있는 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 제기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
그는 “제가 사무관일 때를 돌이켜보면 시중은행 간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며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위주로 영업을 했고 특수은행이었던 국민은행(1995년 민영화)만 개인 가계대출 영업을 했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수익을 내기 위한 영업과 여신의 비중이 은행별로 상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은행간의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국민은행(현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비율은 지난 1999년에 40.8%에서 지난해 43.4%로 높아졌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74.2%에서 47.9%로 떨어졌다.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각각 72.8%에서 45.0%로, 68.6%에서 44.3%로 낮췄다.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약속이나 한 듯 40%대로 같아진 셈이다. 또 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중은 50%대로 같아졌다. 최 위원장이 “모두가 국민은행이 됐다”고 평가하게 된 것도 이런 통계에 기반한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 대출에만 쏠리는 전당포식 영업형태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일리가 있다”며 “은행이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적처럼 수익의 원천이 가계대출에 치중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화두로 꺼냈다. 가계대출에 치중하는 시중은행의 영업형태를 대대적으로 손 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생산적 금융'을 자금중개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원활이 유입돼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일자리 창출 및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시중은행의 영업이 다양하게 확대돼 나가는 것을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관치금융’ 우려도 단호하게 부정했다. “시장에만 맡기라는 시장주의들만 가득하면 시장주의가 있을 수 없다”며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과도한 부채 양산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 상반기 영업실적 좋다고 분위기 흉흉한데, 그대로 두면 은행 영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건전하게 영업해야 지속적으로 은행이 발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이드 제공하는데 금융당국 노력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