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해야할 일이 더 늘어난거죠."
세차례 증권사 인수를 시도한 끝에 SK증권 인수에 성공한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 그에게 인수 성공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네자 돌아온 첫 마디였다. M&A 전문가로 수많은 인수전을 치른 임 대표에게 이번 인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7일 임 대표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양사의 독립경영 체계를 유지하며 각자 잘하고 있는 분야를 더욱 잘할 수 있게 특화할 것"이라며 "SK증권도 케이프투자증권 인수 때처럼 구조조정 없이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사진=케이프투자증권> |
◆ M&A 승부사 임태순 대표, 1년간 세번 도전
지난해 6월 케이프투자증권에 합류한 임 대표는 취임 1년여만에 세 번의 증권사 인수전에 참여했다. '좋은 회사를 싼 가격에 사 회사 가치를 높인다'는 그의 철학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그의 인수 의지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본인의 투자철학을 지켜갔고, 인내 끝에 기회가 왔다. 피인수대상인 SK증권 직원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놓치지 않고 수용한 점,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 가능성 등이 우선협상대상자의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임 대표는 "최종적으로 인수 성공 자체를 목표하는 건 아니다. 인수는 하나의 수단일 뿐, 인수를 통해 얻고자하는 바가 우리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결정의 중요 기준"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앞서 몇번의 인수 실패에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잘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인수자와 매도자, 그리고 인수 대상회사까지 모두 도움이 되는 M&A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 대상은 (주)SK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10.04%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인수가가 제시됐다. 케이프측은 다만 이후 유상증자를 추진해 총 조달자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 대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유상증자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유증은 반드시 할 것"이라며 "이번 지분 인수에서 파트너십 차원으로 재무적투자자(FI) 자금도 일부 태우겠지만, 케이프투자증권 자체 자금만으로도 인수 자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재무제표상 표기된 현금성자산 뿐 아니라 매도가능증권 등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까지 포함하면 지원할 수 있는 자금만해도 최소 2000억원 내외라고 그는 강조했다. 게다가 낮은 부채비율을 보유하고 있어 한도대출로 확보한 자금만 해도 3000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SK증권, 구조조정 없다…리테일·PE 부문 협력 강화 기대
케이프투자증권의 대주주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SK증권 직원들의 5년간 고용안정보장, SK증권 사명 유지, 인수 후 유상증자 등의 인수 조건을 받아들였다.
임 대표는 당분간 양사간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며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구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 케이프투자증권 직원 수는 20% 가량 늘어났다.
그는 "구조조정 필요성이 있는 회사는 인수하는데 부담이 돼 선호하지 않는다. 케이프증권 인수 때처럼 SK증권도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양사의 강점과 기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PE, 리테일, 회사채발행(DCM) 분야에서 두루 나타날 양사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PE, SK증권도 PE와 DCM 분야에 강점이 있기에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업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또 케이프투자증권은 영업점이 본사 한 곳밖에 없지만 SK증권의 경우 25개의 지점이 전국에 퍼져있어 이를 최대한 활용한 리테일 영업도 구상중이다.
임 대표는 "케이프증권에서 개발한 상품을 SK증권 리테일망을 활용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SK증권 자체적인 영업과 케이프증권을 통해 가능한 영업이 더해지면 비용은 그대로인데 수익은 늘어나는 셈이니 수익성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SK와 케이프투자증권은 인수에 따른 주식매매 계약은 다음달 체결될 예정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양사의 자기자본을 활용해 (케이프투자증권 2034억원, SK증권 4231억원) 증권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