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유로화의 강세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상승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특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미국 달러화에 대한 강세는 시장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발언으로 '개입'을 시도했지만 유로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 탄력을 이어갔다.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블룸버그> |
연초 이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1% 뛰었다. 이번주 유로/달러 환율이 2년간 뚫지 못했던 박스권 상단 1.17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로화의 상승 흐름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모습이다.
유로존 경제의 회복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 여기에 미국의 트럼프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월가에서는 유로화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가 13개월래 최저치로 밀렸지만 투기 거래자들의 하락 베팅이 2013년 이후 최고치로 늘어났다. 반면 유로화 상승 포지션은 미국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쏠림이 유로화에 적신호라는 주장이 나왔다. 연초 이후 기록적인 수익률을 제공한 유로화 매수 후 보유 전략이 힘을 다했다는 얘기다.
27일(현지시각)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장중 유로/달러가 1.1777달러까지 상승,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30개월래 최고치에 이르자 한계 수위라는 진단이 나온 것.
유로화와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 추이 <출처=블룸버그> |
이날 블룸버그는 엘리어트 파동과 피보나치 등 기술적 지표를 근간으로 볼 때 유로화가 고점에 이른 상태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3일 시작된 상승 추세가 마무리되고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또 유로/달러가 1.1736달러에서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판단했다.
유로화의 강세는 전세계 주요 통화의 변동성 하락과 맞물려 전개됐다. 이는 자금시장이 값싼 달러화 자금 조달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떄문에 유로화가 2014년 봄과 흡사한 하락 반전을 이루면서 달러화의 급반등을 부추기는 한편 자산시장의 변동성 역시 확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주장했다.
반면 대부분의 외환 전략가들은 유로화의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9월까지 유로/달러 환율이 1.2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유로/달러 3개월 전망을 1.19달러로 높인 한편 12개월 전망치를 1.15달러에서 1.22달러로 대폭 높여 잡았다.
코메르츠 방크 역시 유로화 강세를 예상하고, 유로/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1.15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달러화 약세를 주장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정책 기조 이외에 미국 정치권 리스크를 배경으로 꼽는다.
ING의 크리스 터너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정칙적인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며 "최근 달러 약세를 정당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하더라도 당분간 하락 압박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