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 공무원시험 학원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줄 서고 있다. 심하늬 기자 |
[뉴스핌=심하늬 오채윤 기자] “휴가요?”
올해 27세인 A(경기도 안양시)씨는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4년째 수험생이다.
친구들은 그사이 대부분 회사원이 돼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시험을 목전에 둔 A씨는 오늘도 책을 들여다본다.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28일, 노량진 학원가를 찾았다. 한 유명 공무원 학원 앞은 비가 오는데도 입구에 수험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이 많은 탓이다.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휴가철이 됐지만,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쉼'(休)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스터디 카페'였다. 어딜 봐도 '여름 휴가철'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좌석의 3분의 2 정도는 수험생들이 차지했다. 그들은 몇명씩 모여 머리를 맞대고 수험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재잘거림은 들리지 않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A씨는 “시험이 곧(8월 26일)이어서 휴가철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라며 “노량진은 휴가철이 아니라 시험철이다”고 했다.
노량진에 한 패스트푸드점의 아침 풍경. 스터디 카페를 방불케 한다. 심하늬 기자 |
대부분 수험생은 휴가에 대한 질문 자체를 받기 꺼렸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기자를 바라보거나, “(인터뷰) 안 해요”라고 짧게 답하는 수험생이 대다수였다. 한 수험생은 “노량진에서 여름 휴가를 찾다니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3년째 ‘올인’하고 있는 B(28세)씨는 휴가철이라 공항이 붐빈다는 뉴스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B씨는 “‘나도 언젠가 저렇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저렇게 살면 행복해질까’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새정부 들어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기존에 학교에서 배제됐던 과목의 교사 티오가 늘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준비하는 과목(일반사회)은 해당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공무원 학원 자습실이 공부하는 수험생으로 가득 차 있다. 심하늬 기자 |
다른 카페들 역시 오전 내내 ‘카공족(카페공부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이르는 말)’으로 붐볐다.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이곳은 여름 휴가철이라고 딱히 달라진 게 없다”라며 “노량진은 원래 겨울이 한산하면 한산하지 여름은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은 대학 도서관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공부하는 학생. 오채윤 기자 |
대학가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도서관에서는 각종 시험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앙도서관 2층 컴퓨터 이용실에서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인터넷 강의를 보며 필기하거나, 자소서를 작성하고, 책상에 펼쳐놓은 책을 보며 타자를 쳤다.
이용실을 관리하는 학생 인턴도 공부 중이었다. 도서관 5층 식당에는 10여명의 학생이 홀로 밥먹고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눈은 모두 책에 가 있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경영학부 학생 박민정(25)씨는 “4학년에 휴학 중이라 취업 압박이 크다”라며 “휴가 갈 생각은 아예 해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교육행정학을 공부하던 통계학과 4학년 이유현(24)씨 또한 “휴가를 가긴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라며 “가장 친한 과 동기가 취업해 나도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