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카카오뱅크 돌풍에 시중은행이 바짝 긴장했다. 서둘러 대출금리를 낮추고 신규상품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방어전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5일만에 계좌개설 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시중은행이 6년 동안 모집할 고객을 단 5일만에 모은 셈. 편리한 접근성과 저금리 대출로 예상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 마이너스통장 금리 하락하고, 대출 한도 늘어
이에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2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케이뱅크 등 6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연 3.78%로 집계됐다. 전월(3.84%)보다 0.06%포인트 하락한 것.
미국 발 금리인상 기조로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던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는 올해 4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출범을 기점으로 방향을 바꿨다. 케이뱅크가 마이너스대출 금리를 최저 연 2.97%로 제시하고,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국내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보다 빠르게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영업 개시 전부터 최대 1억5000만원 한도, 최저 2.85% 금리를 제시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대출한도를 늘리거나 우대금리 수준을 낮추고 있다.
국민은행이 ‘WISE 직장인 신용대출’(모바일) 상품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였다. 이어 소득증명서 없이 300만원까지 바로 빌릴 수 있는 ‘KB 리브 간편대출’,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KB 주 거래고객 우대대출’을 각각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에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공무원과 교사 등 하나은행이 지정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기존의 대출한도 2억원인 ‘공무원클럽 대출’을 응용한 상품이다.
◆ 해외송금 수수료도 인하...모바일 앱 개편 착수
카카오뱅크의 혁신 중 하나는 시중은행의 1/10 수준을 선언한 해외송금 수수료. 자녀 유학비 등 해외송금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은 대부분 은행의 우량고객이다. 이런 고객을 붙잡아야하는 은행으로선 수수료 체계를 손 볼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이 올해 말까지 수수료 우대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을 이용할 경우 500달러 이하의 해외송금은 수수료 2500원, 500달러 초과~3000달러 이하면 5000원의 수수료 송금할 수 있다. 500달러 이하는 카카오뱅크보다 저렴하고 3000달러까지는 수수료가 같다.
이 외에 카카오뱅크 돌풍의 이유가 비대면 거래에 있다고 보고 디지털기술 확보에 투자하는 은행도 나타났다. 농협은 디지털 태스크포스팀을 따로 구성해 비대면 채널로 접수되는 고객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 채널본부를 신설해 ‘S뱅크’와 ‘써니뱅크’로 분할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업계도 카카오뱅크와 이를 둘러싼 시중은행의 분주함을 반기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 출범식에 참석했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은행이 수수료와 담보물로 예대마진을 내는 전당포식 영업을 해왔는데 (카카오은행의 등장으로)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은행의 새로운 경쟁체제가 혁신을 낳아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