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8월 2일 오전 10시11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달 글로벌 증시의 성과를 가른 요인 중 하나는 달러화 약세였다. 달러가 월간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5개월 전부터였지만 7월 들어서 달러화 약세에 따른 희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물가 전망을 낮추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 계획을 고수하면서 달러가 연준의 양적 긴축 계획에도 불구하고 추세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에 지난달 주요 6개국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2.9% 내렸고, 연초 대비로는 8% 하락률을 기록했다.
떄문에 이달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많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부진한 성적를 냈다. 지난달 스톡스유럽600지수와 일본의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각각 0.4%, 0.5% 하락했다. 닛케이지수는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으로 하락했다. 시계를 넓혀 달러가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5월 22일부터 보면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약 3.4% 내린 반면 미국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3.3% 상승했다.
반면 이달 신흥국 증시는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상품 가격 강세 등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달 국제 유가가 9~10% 오른 덕분에 브라질이 약 5%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러시아 증시는 3개월 만에 상승했다. 인도는 약 5% 올랐다. 이에 BNP파리바스뮤추얼펀드의 리테시 제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며 신흥국 시장과 같은 위험 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했다"면서 "이는 이달 신흥 시장 랠리를 도운 요인"이라고 말했다고 인도 라이브민트는 전했다.
◆ '고평가' 미 증시, 약달러로 상승 탄력 받나
전문가들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올 연말까지 달러화가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올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럽과 일본 증시에는 분석가들이 기업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경계론이 일부 일었고, 고평가 우려가 높은 미국 증시는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우선 주요 경제 매체들의 서베이를 종합해보면 하반기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크게 밝지 않다.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가 지난 7월 마지막 주 44명의 경제전문가와 펀드매니저, 분석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493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달 종가 2470.30포인트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1%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20명의 증시 전략가들을 상대로한 블룸버그통신의 연말 예상치는 평균 2439포인트로 제시됐다. 7월 종가와 크게 변함이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 이유에 대해, 기술주 쏠림, 경기 둔화, 변동성 확대, 밸류에이션 우려,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및 규제 완화 정책 지연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이 같은 부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최대 동력이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었다는 점에서 하반기 달러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증시가 추가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달러가 1% 하락할 때마다 S&P500 기업들의 순익은 0.5% 늘어난다. 예를 들어 연말까지 달러화지수가 8% 하락하면 내년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4% 늘어나는 셈이다. 모간스탠리 전략가들은 "현 상황에서 달러가 5% 더 하락할 수 있다"면서 만일 그럴 경우 "순익은 6.5%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가들은 오는 4분기 기업 순익이 1년 전보다 13% 늘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가 약 4분의 3이 완료된 가운데 기업들의 순익 증가율은 평균 12%를 기록 중이다.
이에 대해 CFRA의 샘 스토발 수석투쟈전략가는 "오는 4분기 우리는 작년 4분기 증시의 반전된 모습을 보게될 것이다. 작년에는 달러가 기업 순익에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기업 순익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슈왑투자관리의 오마르 아길라 CIO는 "지난 3년간 강달러는 매번 실적 보고 때마다 기업들의 불만사항이었다"면서 "이제는 그 반대 효과를 보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럽 실적 전망 '우울'…경계론 부상
반면 유럽과 일본 증시에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유로화가 달러 대비 2010년 이후 최대폭으로 절상된 이후부터 기업 실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문은 투자은행 분석가들이 지난 5월 중순 이후부터 유로화 강세를 이유로 올 2분기와 앞으로 1년간 유럽 기업들의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유로화 가치가 10% 오를 때마다 유로존 기업들의 순이익은 약 4~5%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블룸버그통신의 서베이에 따르면 기업들의 유로/달러 환율 임계점은 1.20달러다. 지난달 유로/달러 환율 종가는 1.1831달러로 이떄까지 유로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12.6% 올랐다. 지난달 월간으로는 1년 여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모간스탠리의 분석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올 2분기 견실한 실적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유럽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현재까지 '미온적'인 결과를 내놨다고 진단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유럽 증시를 낙관하는 진영이 많다. 유로스톡스600지수의 주가수익배율(PER)이 15.9배로, S&P500지수의 19배보다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이 저렴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양 축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리가 상승, 유럽 증시에서 영향력이 높은 은행주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 유럽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신흥 시장에 사업 노출도가 높기 때문에 신흥국의 경기 개선으로부터 순이익이 증가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JP모간의 미스라브 마테즈카 주식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한편, 미국 달러화 약세에서 일부 신흥국들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의 경우 달러 표시 부채가 많아 달러화 강세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됐는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이 같은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