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월가 투자자들은 급락 리스크에 만전을 기하는 움직임이다.
주식시장의 가파른 하락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한편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약세장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뉴욕증시의 거래가 둔화되는 데다 오는 가을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2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기준 한 주 사이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와 연계된 ETF로 4억4500만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바닥권으로 떨어진 주가 변동성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VIX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의 풋-콜 미결제약정 비율도 최근 4를 돌파, 2014년 이후 평균치인 2.72를 크게 웃돌았다. 파생상품 트레이더들 가운데 변동성 상승에 베팅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채권펀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상황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채권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1~5월 사이 채권형 뮤추얼펀드 자금 유입액이 355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기록인 3750억달러에 근접했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리스크 헤지에 전격 나선 것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JP모간의 니콜라오스 파니기초글로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고객들의 문의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파장에 집중됐다”며 “투자자들이 이미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 위해 위험자산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축소가 주식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월가 IB 업계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업계 전략가들이 연말 S&P500 지수가 2488에 마감할 것으로 예상, 연초 전망치인 2472에서 높여 잡았지만 통화 정책을 둘러싼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캐피탈 인노베이션스의 마이클 언더힐 최고투자책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특히 상승 폭이 높은 IT 섹터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섹터가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에 취약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사비타 서브라마니안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틸리티가 여기에 해당하며, 레버리지가 높은 업종 역시 거리를 둬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 밖에 에버코어ISI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연말까지 S&P500 지수가 7%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맞물려 주식시장의 모멘텀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장 초반 2만2034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