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조모씨(40). 새집 마련 꿈에 들떠있던 그는 지난 3일 은행을 갔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조씨는 은행에서 1억775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다시 찾은 은행에서 아파트의 시가추정금액 3억5500만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적용해 1억4200만원의 대출만 가능하다고 한 것. 그는 나머지 3550만원을 추가로 구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 직장인 박씨(42)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지난주 강서구 염창동 소재 7억원 상당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때만 하더라도 시세의 60%에 달하는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이에 따라 곧장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은 2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박씨는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서 현재 계약 파기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LTV가 60%에서 40%로 낮아지면서 잔금 지불을 앞둔 이들에게 그야말로 폭탄이 떨어졌다. 특히 이들 부동산 규제가 사실상 서울시 전역을 포함한 탓에 다주택자가 아닌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파장도 커진 것.
서울시내의 아파트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가장 큰 피해자는 투기지역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온전히 주담대를 받지 못한 이들이다. 이미 집값 10%에 달하는 계약금을 지불한 계약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계약금을 날릴 판이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를 위해 LTV·DTI를 50%로 10%p 완화해주기로 했지만 서민의 조건은 부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집값 6억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에 제한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신용대출로 최대한 대출금을 늘릴 수 있다”며 “하지만 그 경우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하고 부족한 자금이 커서 이마저도 힘들 경우에는 주변 지인에게 급전을 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담보로 설정되지 않은 다른 주택에 주담대를 일으키는 것이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 주택이 유일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아파트 집단대출의 경우 지난 3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한 아파트에만 강회된 LTV·DTI 규제가 적용되는 반면 일반 수요자에게는 당장의 자금마련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세종시에 집을 마련하려던 한모씨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었다면 큰일 날 뻔 했다”며 “이번 대책은 실소유자에게도 거의 집을 사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8.2 부동산 대책이 애꿎은 실수요자까지 잡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이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라, 이 과정에서 금융사에 대한 대출이 쉽거나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신 DTI, DSR이 도입될 경우 은행의 문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