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오마하의 현인으로 통하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 규모가 10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자처 발굴에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정황인 동시에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일으킬 수 있는 지표여서 버핏이 반기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지적이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AP/뉴시스> |
버크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현재 보유한 현금 자산이 997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4년 1분기 말 기준 약 500억달러를 기록한 현금 자산이 두 배 가량 불어난 셈이다.
버핏이 반세기 이상 이끌어 온 버크셔가 달갑지 않은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약 10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내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버크셔가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지 않는 만큼 투자처 발굴에 대한 압박이 날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도 이 같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그는 “막대한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묻어 둔 채 어떤 수익률도 창출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관심을 집중한 가운데 회의적인 표정을 보이고 있다. 웨지우드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롤프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움직여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대상 기업이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들어 새로운 투자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애플을 둘러싼 월가의 비관론이 고조됐을 때 투자를 단행해 시선을 모았던 버핏은 올 들어서도 보유 지분을 늘렸다. 지난 2월 하순까지 보유 지분은 1억3300만주에 달했다.
이어 지난달 버크셔는 유틸리티 자회사를 통해 텍사스의 최대 전력 유틸리티 자산을 90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엘리어트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대표가 반기를 들고 나섰지만 투자가 최종 종결될 경우 현금 자산이 상당 규모로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버핏의 신규 투자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걸림돌이 뉴욕증시의 장기 강세장이라고 판단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면서 적절한 밸류에이션에 기업을 인수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다우존스 지수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꺾였지만 연초 이후 30차례 이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 규모 22억달러인 스미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빌 스미드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본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베어마켓 혹은 그에 준하는 주가 조정”이라며 “과거에도 버핏은 기업과 거시경제가 기울 때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