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북한의 ‘설전’에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금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욱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8주간 최고치를 기록한 한편 그 밖에 주요 통화에 대해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원색적인 어휘를 동원하며 북한을 향해 미국 역대 대통령들 사이에 전례가 없었던 위협을 가하자 북한이 괌의 미국 공군 기지에 미사일 폭격을 가할 것이라고 맞대응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고조되면서 달러/엔은 장중 한 때 109.74엔까지 하락,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지난 6월15일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다이와 증권의 이마이주미 미츠오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한의 군사 도발에 태연한 반응을 보였던 시장이 이번에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라며 “북한이 괌을 공격하겠다고 나서면서 경계감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엔화와 함께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스위스 프랑화도 상승했다. 프랑은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장중 각각 0.6% 오름세를 나타냈다.
스탠다드 라이프의 앤드류 밀리건 글로벌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의 연이은 군사적 위협은 투자자들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유럽 주요 증시가 내림세로 출발한 가운데 금값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 선물 12월 인도분이 0.8% 올랐고, 금 현물 가격도 0.5% 상승했다.
북한이 실제로 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이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북한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군사 도발과 위협은 지난 수 십 년간 지속된 일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선제 공격에 대한 뜻을 밝힌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