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전선형·이고은 기자]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을 대표하는 차량들이 최악의 경우 판매금지 될 수도 있게됐다. 정부가 9월부터 디젤차 인증기준을 기존보다 2배 이상 강화하는 등 초강경 규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판매중인 차량의 90% 이상이 디첼모델인 독일차들은 자칫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판매를 중단할 수도 있게 된다.
11일 자동차업계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9월부터 디젤차 배출가스 실험실 측정방식을 기존 기존 유럽연비측정방식(NEDC, New European Driving Cycle)에서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으로 변경한다. 또 도로의 배출허용기준(RDE)까지 추가하는 등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강화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실내에서 측정하는 배출가스 규제 기준은 높아졌고 여기에 이전에는 측정하지 않았던 도로운행시 나오는 배출가스까지 보겠다는 것이다.
먼저 강화된 WLTP 기준을 살펴보면 차량 테스트 주행시간이 현행 1180초에서 1800초로 10분가량 늘어나게 된다. 주행거리도 11㎞에서 23.26㎞로 2배 이상, 주행 평균속도는 시속 33.6㎞에서 46.5㎞로 빨라진다. 최고속도도 시속 120㎞에서 131.3㎞로 높아진다. 반면 테스트 중간에 엔진이 멈추는 시간의 비율은 10% 포인트 단축돼야 한다. 통상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속도가 빨라지면 엔진에 부하가 더 걸려 배출가스가 많이 나오게 된다.
기준은 강화되지만 디젤엔진의 대표적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기존과 같은 ㎞당 0.08g에 맞춰야 한다. WLTP는 다음 달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신차부터 적용되며, 기존에 팔리고 있는 차량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부터 적용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차 판매는 금지된다.
RDE는 디젤차에 측정 장치를 장착해 실제 도로를 달리면서 급가속·제동, 언덕 주행, 에어컨 가동, 고온·저온 등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측정해 인증하는 제도다. 다음달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차들은 RDE시행에 따라 NOx를 실험실 기준(0.08g/㎞)의 2.1배인 0.168g/㎞ 이내로 배출해야 한다. 2020년 1월부터는 2단계로 실험실의 1.5배인 0.12g/㎞로 강화된다.
물론 이 규제는 국내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유럽도 9월부터 이같은 규제를 도입한다. 일부 완성차 업체에서는 내수차량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더 두자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강경한 상태다. 유예기간을 두게 되면 유럽에서 배기가스 기준에 미달한 차량들이 한국으로 우후죽순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의 환경단체 도이체움벨트힐페(DUH)가 60여종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오는 9월부터 유럽에서 도입 예정인 실도로배출가스측정법(RDE)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시험차 중 유로6 디젤차 54종 대부분이 배출가스 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아우디는 6대가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다. 그 중 A8 4.2 TDI가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1422㎎/㎞로 유로6 기준치(80㎎/㎞)의 17.8배나 초과했다. 벤츠도 측정대상 9대가 모두 기준치를 넘었고 그 중 S350 BlueTec는 기준치의 5.2배, GLC 220d도 2.4배를 초과했다. BMW도 8대 모두가 기준치를 넘었고 750d는 8.1배, 520d 모델은 4.8배를 초과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의 60~70%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때문에 신차에 이 기준을 먼저 적용하고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차량에 재인증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츠나 BMW 등 수입차량들은 이미 이 규제에 대해 파악하고 있던 사안"이라며 "우리가 하라마라 하지마라 할 입장은 아니고, 각 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