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긴장한 것은 미국 의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적 공격이 의회의 승인 없이 강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상의 없이 시리아를 폭격한 바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이번 발언에 미 의회가 강한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댄 설리번 알라스카 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10일(현지시각)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시간 주의 댄 킬디 민주당 의원 역시 “의회의 권한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며 “특히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외교 행보를 취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전쟁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이 의회에 주어졌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기로 결정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국 대통령이 국가 보안의 최고 수장으로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테스트를 국가적인 안보 위협으로 판단할 경우 의회의 승인 없이 공격을 강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이 권한을 앞세워 수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시리아 폭격과 흡사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미국 의회는 북한에 대한 무력 행위를 방지하거나 관련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법안을 승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반도 전시 상황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판단할 경우 최소 60일동안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의 보좌관을 역임한 로저 자카임은 CNN과 인터뷰에서 “헌법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미국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엄청난 권한이 주어진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숀 스파이서는 이 부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계획인지 아니면 의회가 개입해야 하는 문제인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의회가 통보를 받겠지만 승인을 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2조에 의거해 권한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헌법 2조 2항에서는 대통령을 육해군의 총사령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폭격을 단행한 것도 헌법 2조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헌법은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는 군사적 공격 행위와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어적 군사 행위를 구분하고 있지만 실상 백악관과 의회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놓고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 것인가를 가릴 때 법적인 사안이라기보다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 될 여지가 높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로 평가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치명적인 사고’를 저지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의 테드 루 의원과 에드 마키 의원으로, 이들은 지난 1월 의회의 전쟁 선포 없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