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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인도 중산층, 현대차·삼성폰에 지갑 열다

기사등록 : 2017-08-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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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투자하라 ③] 20~40대 전통차 대신 커피 마셔
크레타 2500만원, 갤럭시 80만원 넘는데도 큰 인기

[인도 뉴델리, 첸나이=한기진 기자] # 지난 5월22일 인도 뉴델리 중심가 마투라 로드에 있는 현대자동차 딜러숍 ‘플라자 현대’. 옷차림만으로도 여유가 있어 고객들이 상담테이블 4~5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카롤 미트라(Kallol Mitra) 플라자 현대 총책임자는 “5년 전부터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인도인들이 돈 쓸 곳을 찾고 있다”며 “스타일과 편안한 기능을 찾는데 현대차가 이런 점을 만족시키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산타페는 최고급 차종에 속할 정도로 고급 이미지와 고품질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 뉴델리 중심가의 대표적인 쇼핑센터 ‘코넛 플레이스’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플라자’. 매장에는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S8보다는 중저가 모델인 C시리즈, J시리즈, ON시리즈, A7 등이 많았다. 매장 직원은 “갤럭시 C7프로는 카메라가 좋고 두께가 7㎜로 매우 슬림해 2만7990루피(약 47만원)의 고가 제품임에도 요즘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 인도 뉴델리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영업점에서 인도인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의 백색가전과 스마트폰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이지만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중상류층의 선호도가 높다.<사진=뉴스핌>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중고가 이상의 스마트폰만 판다. 3만루피(약 50만원) 정도면 고가이고 2만루피면 중가에 속한다. 갤럭시 On Nxt 모델은 1만8490루피의 중간 가격대로 삼성 제품 중에서는 가장 싸다. 매장 직원은 “피처폰을 쓰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 시작하면서 1만~3만루피대의 중국 제품들이 최근 1년 사이 밀려들었다”면서 “3만루피대에선 중국산 대신 삼성 제품을 사는 추세”라고 했다.

◆ 삼성, 핸드폰 MS 22%...중국산 저가시장 절반 장악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밀물처럼 몰려온 시기는 불과 1년. 중국산을 소비할 만큼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자가 찾은 인드라 간디, 첸나이, 콜카타 등 인도 3대 공항 주요 광고는 삼성의 갤럭시 S8이 장악한 가운데 중국의 오포, 비보, 샤오미가 위협하는 모양새였다. 란비르 싱(비보), 디피카 파두코네(오포) 등 인도 최고 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울 정도다.

시장점유율은 삼성이 22%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산이 51%까지 치고 올라오며 인도 제조사를 40%에서 20%로 밀어냈다. 정준호 삼성전자 델리법인 디렉터는 “인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왔는데 중국 제조사들이 인도인이 좋아하는 카메라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시장을 빼앗겼다”고 했다.

자동차나 스마트폰은 경제력이 상승했을 때 1순위로 구매하는 소비재들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억3000만대로 전년 대비 18% 성장하며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보급이 늦어 여전히 피처폰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첸나이공항에 있는 중국 스마트폰 오포의 광고판. 최근 1년 사이 중국산 스마트폰이 인도에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인도인의 구매력이 중국산을 살 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사진=뉴스핌>

 ◆자동차 보급률 아직 낮아… 정부 육성 나서

인도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작년 295만대로 2015년 275만대보다 7.6% 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50만대를 팔았다. 2013년 38만대, 2014년 41만대, 2015년 47만대로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점유율 17%로 올라섰다. 1위는 마루티 스즈키(47%), 3위는 현지기업인 마힌드라&마힌드라(7.7%)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키우고 있다. 고용 효과와 경제성장 기여도가 매우 높아 AMP2026(Automotive Mission Plan 2016~2026년)을 시행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12%, 제조업의 40%, 세수의 13%를 벌어들일 만큼 키우겠다는 프로젝트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2대에 불과해 잠재력이 크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400대, 미국은 800대, 일본은 600대, 중국은 140대이다. 자동차업계는 인도 자동차 시장이 2023년까지 매년 6.9% 성장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성종 현대차 델리판매법인장은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현지에서는 인도 중산층을 8000만명에서 1억5000만명으로 보고 있으며 30, 40대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가 늘고 있다”면서 “자동차 산업수요가 올 4월까지만 해도 11% 성장했지만 인구, 면적 규모에 비해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향후 더 큰 경제 성장이 기대되고 자동차 수요도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이용효 KEB하나은행 첸나이지점장은 “연소득 2000만원을 중산층이라고 한다면 3억명 정도 된다”면서 “젊은 층은 아파트, 자동차, 전자제품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인도 전통차 대신 커피를 마시며 ‘카페커피 데이’와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 도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도인의 모습. 경제가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빈부격차가 심해 여전히 가난한 사람이 많다.<사진=뉴스핌>

◆ 현대차, 고급 SUV로 인도 중산층 시장 공략 

현대차는 장기적인 성장세를 내다보고 고급 브랜드이미지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성종 법인장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형, 대형 SUV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브랜드를 고급화해야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출시한 SUV 크레타는 99만~14만5000루피(1700만~2500만원, 디젤 기준)의 고가임에도 2016년 9만2926대, 올 4월까지 3만6134대 등 매월 1만대씩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카롤 미트라 총책임자는 “크레타는 4개월을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TV에서는 퀀텀닷 TV 등 초고가 시장의 60%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단계별로 밟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은 초고가로 가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호 삼성전자 델리법인 디렉터는 “갤럭시 S8은 최소 5만7900루피(약 98만원)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도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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