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가 1~7월 기준 30년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월가의 투자자들은 하락 베팅을 더욱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에 못 미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꺾인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14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 주 사이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겨냥한 ‘숏’ 포지션이 49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달러화 하락 베팅은 102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3년래 최대 규모의 순매도에 해당한다.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 달러화 반등을 예측하는 움직임은 엿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를 포함한 6개 선진국 통화에 대해 지난해 말 이후 8.8% 밀렸다. 이른바 트럼프노믹스를 근거로 연초 달러화 강세를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과 크게 엇갈린 결과다.
지난 주말 발표된 7월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전망에 못 미치면서 달러화에 대한 약세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에 비해 0.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2%에 미달하는 결과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7월 소비자물가는 1.6% 상승해 6월 수치인 1.7%에서 완만하게 후퇴했다. 고용 개선에도 미국 인플레이션은 연준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ANZ의 아이린 청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경제 지표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데 따라 달러화 ‘팔자’가 확산됐다”며 “투자자들은 특히 유로화에 대해 달러화 약세를 강하게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의 약세 요인은 또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이 유로화 강세를 이끌면서 달러화를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질 경우 달러화 하락을 겨냥한 트레이딩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정치권 리스크 역시 달러화의 발목을 붙잡은 요인 가운데 하나다. 법인세 인하부터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달러 ‘팔자’로 이어졌다.
웰스 파고의 사미어 사마나 전략가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주요 통화 전반에 걸친 달러화의 하락은 투자자들 사이에 비관론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판단했다.
달러화의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가늠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추세적인 하락 여부가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달린 문제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