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원산지 규정의 적용으로 인해 현재 영국에서 제조되는 자동차 가운데 상당수가 더 이상 ‘영국산’이라는 라벨을 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커다란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브렉시트 협상을 본격화한 영국과 EU 측 대표 <사진=AP/뉴시스> |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에서 제조되는 자동차의 영국산 부품 사용률은 평균 44%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산지 규정을 적용할 때 영국산으로 표기하기 위해서는 부품 가운데 50~60%를 영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동차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품 공급 체인을 변경해 영국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규정이 관세보다 오히려 더 커다란 골칫거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산지 규정은 특정 국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악용해 우선적인 시장 접근을 획득하는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이 EU를 탈퇴할 때 이 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은 무관세 또는 관세 인하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영국무역정책연구소의 피터 홈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EU와 FTA를 체결하게 되면 영국에서 수출되는 자동차가 영국산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영국산 부품을 늘리면 생산 원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자민당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각 섹터에 따라 제조 원가가 4~15% 뛸 전망이다.
영국이 EU와 최선의 무역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지만 주요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영국에서 시빅 모델을 생산하는 일본의 혼다 자동차는 영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부품 공급 업체에 대해 시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혼다 측은 영국과 EU가 어떤 내용을 골자로 FTA를 체결하게 되든 영국 자동차 업계는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과 크게 다른 채널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팀이 원산지 규정과 무관하게 양측의 부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FTA를 체결할 경우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철통 방어를 원하는 자동차 산업을 유럽 기업들에게 크게 개방할 가능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