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유럽 주식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종목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없이 유럽중앙은행(ECB)이 단행한 2조유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빌미로 몰려든 ‘관광 자본’이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사진=신화/뉴시스> |
25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한 주 사이 유럽 주식펀드에서 2억3100만달러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7월 이후 100억달러의 자금이 홍수를 이뤘던 유럽 주식펀드의 매수 열기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잭슨홀과 무관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자산 매입을 축소할 계획을 언급할 가능성에 선제 대응한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5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 소위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로존 탈퇴)와 공동통화존의 붕괴 리스크가 진정된 데 따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사자’ 역시 ECB의 출구전략 앞에 시들해졌다는 분석이다.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맥스 고크만 자산배분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최근 유럽 증시로 밀려든 자금은 치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지수 상승을 예상하고 베팅했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증시 버팀목이었던 ECB의 유동성 공급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주가 밸류에이션에 경계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유로화 강세로 인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역시 펀드의 자금 유출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로화 강세로 인해 유럽 증시는 달러화 기준으로 커다란 수익률을 냈다.
프랑스 CAC40 지수와 독일 DAX 지수가 지난 1개월 사이 달러화 기준으로 1% 이상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1.3% 떨어진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한편 지난주 미국 주식펀드에서도 26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펀드는 10주 연속 ‘팔자’를 기록했고, 6월 중순 이후 자금 유출 규모는 총 300억달러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