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최고금리 인하나 카드 수수료 인하, 채권소각 등 포용적 금융 추진하고 있지만, 그 동안 금융이 가진 채권자 중심 사고를 채무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이에 따른 우려들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업무보고는 '핵심정책토의'라는 형태로 이름과 형식이 바뀌었죠.
이 자리에서 한 금융당국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이전 정부와 180도 달라지자 정책을 추진하는 당국자들조차도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포용적 금융(Financial Inclusion)'은 방글라데시에서 1983년에 설립된 그라민은행처럼 은행이나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는 서민 빈민들에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걸 말합니다. 좀 더 확대해서 전 국민이 적정한 요금으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핵심정책토의에서 금융위는 '포용적 금융 3종 세트'를 제시했습니다. 카드수수료 인하·최고금리 인하·소멸시효 완성 채권 소각이 바로 그것이죠.
정부는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 대상을 연매출 3억원과 5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만큼 혜택을 보는 가맹점이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또 최고금리도 내년부터 현행 27.9%에서 24%로 내리기로 했습니다.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해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해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또 이를 통해 채권자 중심의 금융을 채무자 중심으로 바꿔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도 있죠.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중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일원화 하고,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키로 했다.<사진=뉴시스> |
하지만 정작 정부 정책을 추진 중인 금융 당국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대통령 공약 사안인 만큼 정책을 부지런히 추진하고 있긴 합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대부업의 경우 규제 강도가 세다. 정부 계획대로 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리면 대부업계는 정말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대부업체들이 폐업하고 사금융으로 옮겨갈 것이고, 이를 이용하던 금융 소비자들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사채업자를 양성화한 대부업체가 강화된 규제로 인해 다시 사채업자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그러면 정책의 취지와 반대로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하는 서민들이 양산되게 됩니다.
정부는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장기적으로 20%까지 내린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대부업체들의 광고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이 정도의 규제라면 앞으로 대부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이전 정부와 정책 철학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물고기를 잡아주느냐,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느냐 하는 철학의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정책기조 변경과 부작용 우려로 당국자들도 정책을 추진 하면서 고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카드수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맹점 수수료율에 정부가 손을 대는 것은 시장가격 개입과도 같다는 거죠. 더군다나 혜택을 받는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매출 5억원의 중소가맹점도 수수료 우대를 받는데, 이들의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우대를 해줘야 하냐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자들은 포용적 금융이 정말 '서민'을 위한 금융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책 변화로 인해 서민들이 더 힘들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정책 추진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부업을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을 벗어날 것을 대비해 복지 지원책 등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