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의 인수를 마무리 지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약속대로 홀푸드에서 판매 중인 일부 식료품의 가격을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 아마존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월마트 등 유통 공룡들의 가격 전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의 한 홀푸드<사진=AP/뉴시스> |
28일(현지시간) CNN머니와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마무리 지은 이날 홀푸드에서 판매 중인 수십 가지 상품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1파운드에 79센트였던 바나나 가격은 49센트로 하락했고 한 팩(12개입)에 4.39달러였던 달걀은 3.99달러로 낮아졌다. 대서양 연어는 파운드당 9.99달러에서 5달러나 깎였고 후지 사과도 파운드당 3.49달러에서 1.99달러로 저렴해졌다.
가격 인하 정책이 이미 공개된 만큼 현지 고객들이 매우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홀푸드 고객으로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거주하는 로리 맥 니콜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낮은 가격에 매혹되지는 않았지만, 물건들이 배송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가격 인하로 홀푸드의 정체된 고객 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값비싼 유기농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홀푸드의 고객은 고소득자층에 집중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가 2900명의 식료품을 쇼핑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또 다른 유통업체 크로거의 쇼핑객보다 홀푸드 고객의 소득은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동시에 더 나은 식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미국인들의 욕망도 강해지고 있다. 울프 리서치의 스콧 머시킨 상무이사는 WSJ에 "홀푸드는 놀라울 정도로 출세 지향적이고 아마존은 이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에 사는 엘리자베스 앨더먼은 "우리는 너무 비싸고 다른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홀푸드에서 항상 고기를 사지는 않는다"면서도 가격이 내려가면 이것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홀푸드의 가격 인하가 슈퍼마켓 부문에서 극심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격 전쟁에 또 다른 전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가격 전쟁은 유통업체들의 이윤에 타격을 줬으며 월마트가 구글과 손잡은 것과 같이 업체들이 새로운 판매 전략을 찾게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임원을 지낸 크리스 맥케이브는 WSJ에 "아마존은 서점과 다른 유통업체와 경쟁할 때 사용했던 각본을 이용하고 있다"며 "아마존은 가격으로 상대편을 죽임으로써 매출원을 빼앗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 후 겨우 10주 만에 마무리된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슈퍼마켓 업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식품유통 관련 주가를 올해 들어 20%나 하락했다.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 37분 현재에도 월마트와 크로거 등 유통업체의 주가는 0.65%, 0.46% 하락 중이다. 반면 아마존의 주가는 0.48% 오르고 있다.
한편 아마존의 인수를 상기해주듯 홀푸드에서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에코와 에코닷을 각각 99.99달러와 44.99달러에 판매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