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윤애 기자] 429조원으로 편성된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을 놓고 국회에서 이를 심사할 여야가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내년 예산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예산안이 전년대비 7.1% 증가하며 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한 데 대해 야권에서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재원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제 중 일자리, 복지에 방점을 찍고 지출을 늘린 '확장적 편성'에 대해 "현금 살포형 분배 예산", "인기관리용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대수술을 예고했다.
먼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SOC(사회간접자본) 등 물적 투자는 축소하고 일자리‧복지‧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며 "사람중심으로 재정운용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최초의 예산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확장적 재정운용에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전년대비 다소 개선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득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도 △1.6%(△28.6조원), 국가채무는 39.6%(708.9조원) 수준으로 전망돼 전년대비 소폭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예산심사 대응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철저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TF는 다음 달 중 상임위별 예비심사 전략을 짜고, 11월 초 예산 대응 논리 및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원 집중 점검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사진=뉴시스> |
반면 예산 심의가 본격화될 11월에 대대적인 예산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천명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날 일제히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날을 세웠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은 '현금살포형 분배·성장 무시 예산'"이라며 "인기관리용 포퓰리즘 예산으로 미래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기 시작하는 예산"이라고 못박았다.
김 의장은 특히 SOC 예산을 크게 삭감해 복지 예산을 늘린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건설부문과 관련된 SOC예산을 22조1000억원에서 20% 줄인 17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그는 "(정부 예산안은) 성장을 무시한 예산"이라며 "작년 우리 경제성장률인 2.8%의 60%, 올해 상반기 1.7%의 성장률 중 55%는 건설부문에서 이뤄냈고, 일자리도 두 사람중 한 사람은 건설예산에서 이뤄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19, 8.2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경기가 싸늘하게 식은 마당에 내년 예산조차 깎으면 성장은 어떻게 되냐"고 따져 물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사진=뉴시스> |
이에 더해 국민의당은 정부가 예산안에서 국정과제에 대한 지출소요를 "과소추계"했다며 누락된 부분을 포함해 재계산할 경우 정부 발표 금액인 178조원보다 83조 많은 261조가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일 쏟아지고 있는 청와대 발표 정책과제와 100대 국정과제 수행은 흡사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달콤하다"면서 하지만 "고무줄식 재원 셈법으로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다 구입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일침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공무원 증원에 대해 정부는 5년 간 8조2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국회예정처의 자료에 따르면 17조8000억원이 소요된다"며 "장병봉급을 최저임금의 50%까지 인상할 경우에는 정부는 5년 간 4조9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 했지만, 10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과소추계된 금액의 규모는 모두 30조원에 이른다.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13조원, 문재인 케어 19조원 등 누락된 정책과제 소요 비용만 53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이렇게 막대한 재원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재원대책으로 '핀셋증세'라는 프레임 정치로 정쟁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세금이 필요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무차별적으로 이행할 것이 아니라, 쓰임새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시급성과 더불어 재원 대책이 분명한 사업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면서 깐깐한 예산 심사를 예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