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법적대응까지 검토하던 이동통신사가 정부의 요금할인율 상향 조정방침을 수용키로 전격 결정했다. 정부와의 정면 대결을 펼치면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사장 박정호), KT(회장 황창규), LG유플러스(부회장 권영수) 등 이통3사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차질없이 상향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음달 15일부터 6만원 요금 사용시 1만5000원의 요금할인을 받는다. 단, 기존 가입자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는 여전히 숙제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은 현행 요금할인율 20% 가입 고객도 모두 위약금 없이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모든 고객에게 일괄 적용하는 ‘소급적용’ 시 이통3사의 연간 추가 할인 규모는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소급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다. 요금할인율 20% 가입 고객들에게 기존 약정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도 받지 않고 25%로 올려주라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유 장관 역시 간담회를 통해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제할 법적 권한도 없고 기업의 추가 부담을 고려할 때 순차적으로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통3사의 자율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이통사들의 요금할인률 상향 결정은 정부의 강경 방침이 먹혀든 결과다. 통신비 인하 강행을 추진하고 있는 과기정통부는 요금할인율 25% 상향 조정에 이어 보편요금제 및 분리공시제 도입까지 검토중이다.
특히 유영민 장관이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직접 “통신비 인하 정책 재검토는 없다”며 “이통사 및 외국인 주주 소송까지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인하 강행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통3사 로고. |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주무부처의 강경한 입장과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정권 초기부터 정부에 정면 대응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계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충돌할 수 있다는 부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다.
무엇보다 요금할인율 25% 상향 적용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이라는 카드를 꺼낼 경우 향후 보편요금제 도입 뿐 아니라 기본료 전면 폐지라는 더욱 강력한 통신비 인하 강제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며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요금할인율 25% 상향 조정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이번 사태가 정부의 '일방통행'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보다 적극적인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이 규제권을 가진 정부 정책을 반대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며 “유 장관이 이통3사와의 소통을 강조한 만큼 향후 관련 정책 협의에서는 기업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