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법원이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근로자측 손을 들어준 것 관련해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입장자료를 통해 일방적인 판결이라며 허탈감을 표시했다. 또 노사 갈등 증폭이 우려된다며 후속 입법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는 기아차 노동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200년~2011년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 400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늘 판결에 재판부가 신의칙을 지키지 않고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노동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경총은 그러면서 "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은 일방적인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금번 판결로 최대 3조원이 넘는 우발채무를 지게 돼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부담이 해당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대기업‧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법원의 태도는 통상임금 논쟁의 최종 수혜자를 ‘좋은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 근로자로 귀결시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이는 취약근로자 보호를 중시하는 최근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현재 대법원에 통상임금 신의칙과 관련한 사건(2015다217287)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만큼 대법원이 신의칙에 대한 예측가능한 합리적 판단기준을 신속히 제시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특히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배상근 전무 코멘트를 통해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 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그러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투자애로 등의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