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여야 간 갈등은 지난 1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9월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MBC와 KBS가 4일 5년 만에 동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한 MBC와 KBS 노조에 맞서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피켓을 들고 나와 "문재인 정부는 언론 규탄을 멈춰야 한다"고 시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는 연일 공방이 계속되는 방송법 개정안으로 모든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다. 특히 4차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 개정이 시급한 과학기술정보 회의는 개회조차 안되고 있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보편요금제'와 '지원금 분리공시제'의 법 개정도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번 정기국회서 과방위가 정상 가동될지도 미지수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여야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7:6으로 바꾸고, 사장은 2/3의 특별 다수결로 편향된 사람이 사장이 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논쟁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법 개정안 재검토를 지시한 뒤, 여당이 지난해 야당 시절 찬성했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당론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촉발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보수정권 10년 동안 공영방송의 위상은 처참할 정도록 몰락했다"며 "공영방송을 권력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바로 방송개혁, 언론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여당의 '방송 장악' 시도라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과방위 소속 한국당은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문 정부가 '방송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코드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주문 아니냐"고 반발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 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은 지난 2일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로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언론탄압' 항의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도 "언론장악 의도를 노골화한 권력의 폭주는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방송법 개정에 대한 특위를 조속히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하고 더민주는 이 사태를 풀기 위해 방송법 개정의 조속한 이행을 약속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당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당성 없는 보이콧이라는 지적이다.
양순필 국민의당 대변인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조사에 불응한 본인이 자초한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 대한 법 집행을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단정 짓는 한국당의 주장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진정 성찰과 반성을 통해 제대로 된 제1야당 역할을 하겠다면 명분 없는 보이콧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입장은 정부 정책 사안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펼치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당 정책 및 운영방향과 맞닿아 있다.
한편 방송통신 정책 등을 총괄하는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안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방송·법률·언론계 인사, 제작·편성 종사자,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발족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