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매일 성과를 평가받는 증권업 종사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방법은 '인생을 스타카토로 살자'죠. 스트레스에 끌려가지 말고 스스로 끊어가며 사는 습관을 갖자는 겁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매년 채용설명회를 위해 모교를 찾는다. 4일 연세대학교 공학관은 그의 조언을 들으려는 학생 300여명이 모였다. 유 사장은 이날 취업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일별 또는 월별로 성과를 평가받는 증권업종은 스트레스가 극심한 업종이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모여 큰 성공을 만든다"며 개인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소개했다.
유 사장은 "밤새 고민을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라면 툭툭 털고, 맑은 정신으로 다시 고민하는 것이 좋다"며 "스트레스의 사안별로 끌려가지 말고 딱딱 끊어가며 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4일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한투증권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
◆ "자본주의 끝나지 않는 한 증권업이 금융산업 핵심"
유 사장은 현 시점에서 직업인으로서 증권업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도 언급했다. "금융업이 모바일·AI 등으로 인해 사람의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증권업의 경우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자금조달을 해야하기에 오프라인 접점이 항상 필요한 업종이다."
이어 유 사장은 "형태는 변할 수 있어도 모바일화에 따른 영향이 업종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증권업은 자본주의가 멸망하지 않는한 핵심적인 금융산업의 꽃(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증권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유 사장은 "은행 이자가 1% 남짓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투자수익률을 올리지 않는 한 부의 증진은 불가능하다"며 "투자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증권사가 미래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증권업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선 증권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판단에서다.
"담보가 없는 벤처기업들은 아무래도 은행에선 자금조달이 어렵다.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증권회사의 역할은 결코 줄어들 수 없다."
◆ "정(丁)으로 사는 삶은 축복"
"'갑을병정' 중에 '정(丁)'으로 사는 삶이 축복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분만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이에 따른 보상도 있죠."
지난 1988년 증권업계에 입문한 유 사장은 그에게 있어 소위 말하는 '정'으로 사는 삶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사회 생활 초년시절 빠르게 승진해서 우쭐대는 사람은 많지만 중년기까지 성공을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평생 겸손한 자세로 사는 사람은 중년 이후 인생이 잘풀리지 않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다. 저는 오히려 이 같은 겸손함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선 '자신만의 스토리를 쓰라'는 조언했다. 실력이나 역량보다는 '열정'이 눈에띄는 지원자가 마음을 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 사장은 "돈과 시간을 들여 스펙을 쌓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며 "나열식 스펙쌓기보단 증권업과 관련된 경험들을 해가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비전2020, 한투의 진정한 세계화란?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이 정의하는 진정한 세계화란 제3국의 금융상품을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금융상품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고, 해외 금융상품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파는 영역을 넘어 제 3국의 금융상품을 전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팔 수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IB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을 경제발전 모델로 삼고 있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해 업계 1위의 현지 증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보다 발전단계가 낮은 나라에서 탑클래스 회사를 하나씩 만들어 두면, 우리나라 금융의 합의 경제력의 합을 벗어날 수있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래야 금융산업의 진정한 수출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