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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비자금 터질까'...긴장하는 방산업계

기사등록 : 2017-09-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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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과 대외 이미지 개선 노력 필요"

[뉴스핌=이강혁 기자, 정탁윤 기자] 문재인 정부 초기, 국내 방위산업계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방산업체 여러 곳에서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최근엔 흉흉한 소문까지 꼬리를 물며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방산업계에 대한 세무조사의 핵심이 해외거래 탈루 문제라는 것이다. 해외 비자금 조성 망령이 부상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런 흉흉한 소문은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방산업체 세무조사를 주도한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방산업체의 단순 탈세에 초점을 맞췄다면 굳이 조사4국이 투입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소문을 키우고 있는 것. 조사4국이 투입된 배경에는 무언가 '큰 건'의 혐의가 포착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고 있는 KAI. <사진 = 뉴시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지난 3월 시작된 풍산그룹의 세무조사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전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풍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고 진행되면서 국세청이 이 회사의 미국쪽 거래장부를 집중적으로 예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라면서 "해외거래 탈루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오너일가의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보는 투트랙(Two-Track)으로 진행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도 "풍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미 방산업계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 확대는 예고됐던 측면이었다"라면서 "풍산을 비롯해 최근까지 이어진 방산업체의 조사는 대부분 조사4국이 투입돼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예치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확인했다.

단순 탈세라기보다는 무언가 중요한 혐의점을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거래 장부에 조사가 집중될 경우, 세금탈루에 대한 추징에 더해 비자금 문제까지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거래가 장부를 가공하기 용이한 방식의 전형적인 탈세 수법인데다, 해외 비자금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CJ그룹, 효성그룹 등도 이런 형태의 세무조사 후 비자금 수사가 이어지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런 관측의 연장선에서 업계 관계자는 "세무당국과 사정당국이 이번 세무조사에서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세무조사가 끝난뒤 단순한 추징보다는 드러난 문제를 사정당국에 고발해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업계가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방산분야 적폐 청산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권차원의 방산비리 척결 의지가 높은만큼 세무조사가 고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재계 이미지 컷.

이미 '적폐 청산 1호'로 지목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두달 넘게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4일엔 국내 최대 방산업체로 떠오른 한화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도 진행됐다.

특히 한화테크윈은 KAI가 제작한 국산 헬기 '수리온'에 엔진을 납품한다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 KAI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화테크윈이 만든 수리온 엔진의 결함 문제를 지적한바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 2016년 두산DST(한화디펜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KAI와 함께 국내 방산 분야 '빅2'로 떠올랐다.

한화그룹 세무조사 착수에 앞서 국세청은 지난 3월 방산업체인 풍산그룹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바 있다. 풍산은 지난 1968년 설입된 업체로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 제조판매업과 방산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방산사업 부문에선 각종 탄약류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국세청은 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로템과 LIG넥스원 등의 방산업체에도 세무조사를 실시하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업계에선 수십년째 방산분야가 '비리의 온상'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대해, 업계 차원의 대외 이미지 제고 활동이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될 정도로 여전히 국내 방위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부패의 온상처럼 돼 있다"며 "개별 회사가 아닌 산업 전체를 비리로 몰아가는 것은 좀 지나친 것 같지만, 업계 차원의 대외 이미지 개선 노력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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